광안리
엊그제 뜬금없는 광안리 바람이 불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던 아나운서들 사이에서 일어난 바람이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2동에 있는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곳의 발음이 [광:알리]냐 [광:안니]냐 하는 설왕설래가 진원이었다. ‘[광:알리]가 맞다’는 쪽과 ‘[광:안니]라 해야 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섰다. 부산 사람에게 급전 띄워 물으니 “(실제 발음은)[강알리]가 우세하다”는 뜻밖의 답을 하기도 했다. 관련 규정을 뒤적여 봐도 ‘이것도 맞고 저것 또한 맞을 수 있다’는 어정쩡한 규정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광:알리]의 근거는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는 표준발음법 5장 20항에 있다. ‘광안리(해수욕장)’의 “로마자 표기법이 ‘Gwangalli’이므로, [광알리]로 볼 수 있다”는 국어원 누리집의 자료도 [광:알리]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고 [광:안니]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ㄹㄹ]로 발음되지 않고 [ㄴㄴ]으로 발음되는 보기가 있기 때문이다. 의견란[의:견난], 이원론[이:원논], 공권력[공꿘녁]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경우는 ‘실제 발음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며 ‘개별적으로 사전에 발음을 표시해야 한다’는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다.(표준발음법 20항 ‘다만’ 항목) 이 설명은 참으로 모호하다. ‘당인리’, ‘탄천로’ 따위의 발음을 따로 다루어 표시하지 않으면 [당일리], [탄철로]처럼 [ㄹㄹ]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발음을 반영하려면 “‘리’(里), ‘로’(路), ‘릉’(陵)처럼 뜻이 분명한 접미사가 붙는 복합어는 [ㄴㄴ]으로 발음한다”를 관련 규정에 담으면 어떨까 싶다.
그나저나 뜬금없는 광안리 바람은 왜 불었을까. 오늘 저녁 부산역 광장에서 열리는 언론노조 부산지역 집중집회 논의를 하던 중에 나온 얘기였다. 방송인들은 스튜디오를 떠나 있어도 말글살이에 대한 생각의 끈은 놓을 수 없는 모양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483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1386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196212 |
2838 | 개연성/우연성/필연성 | 바람의종 | 2012.05.10 | 10547 |
2837 | 퀘퀘하다, 퀴퀴하다, 쾌쾌하다 | 바람의종 | 2012.05.09 | 33870 |
2836 | 걸판지게 놀다 | 바람의종 | 2012.05.09 | 12176 |
2835 | 번번이 / 번번히 | 바람의종 | 2012.05.07 | 14521 |
2834 | 외래어 받침 표기법 | 바람의종 | 2012.05.07 | 16144 |
2833 | 입천장이 '데이다' | 바람의종 | 2012.05.04 | 14071 |
2832 | 종군위안부 | 바람의종 | 2012.05.04 | 10598 |
2831 | 삼겹살의 나이 | 바람의종 | 2012.05.04 | 11899 |
2830 | 소담하다, 소박하다 | 바람의종 | 2012.05.03 | 13714 |
2829 | 수다 | 바람의종 | 2012.05.03 | 7864 |
2828 | 허리를 곧게 피다 | 바람의종 | 2012.05.03 | 11569 |
2827 | 과다경쟁 | 바람의종 | 2012.05.02 | 9288 |
2826 | 단어를 쪼개지 말자 | 바람의종 | 2012.05.02 | 10820 |
2825 | 개고기 수육 | 바람의종 | 2012.05.02 | 11610 |
2824 | 다 되다, 다되다 | 바람의종 | 2012.04.30 | 8994 |
2823 | 송글송글, 송긋송긋 | 바람의종 | 2012.04.30 | 13505 |
2822 | 쇠고기 | 바람의종 | 2012.04.30 | 9963 |
2821 | 유월, 육월, 오뉴월 | 바람의종 | 2012.04.23 | 13678 |
2820 | 안정화시키다 | 바람의종 | 2012.04.23 | 13737 |
2819 | 단박하다, 담박하다 / 담백하다, 담박하다 | 바람의종 | 2012.04.23 | 15350 |
2818 | 나무 이름표 | 바람의종 | 2012.04.20 | 11045 |
2817 | 현수막, 펼침막 | 바람의종 | 2012.04.19 | 11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