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17 04:50

세밑

조회 수 5695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밑

언어예절

신령을 밝히던 은밀한 촛불이 겨울 거리에서도 꺼지지 않는다. 흥청거림이 잦아든 대신 오가는 말속엔 세밑 인사보다 억지와 원망, 부정과 저주가 일상화한 느낌이다.

“갑이 을에게 심수(深讐)가 있어 이를 갚으려 하면 힘이 부족하고 그만두려 하면 마음이 불허하는지라, 이에 그의 화상을 향하여 눈도 빼어 보며, 그 목도 베어 보고, 혹 을의 이름을 불러 ‘염병에 죽어라, 괴질에 죽어라, 벼락에 죽어라, 급살에 죽어라!’ 하는 등의 저주다. 얼른 생각하면 백 년의 저주가 저의 일발(一髮)을 손(損)하지 못할 듯하지만, 1인 2인 … 100인 1000인의 저주를 받는 자이면 불과 몇 년에 불그을음이 그 지붕 위에 올라가며 …. 거룩하다 저주의 힘이여, 약자의 유일 무기가 아니냐?”

단재 선생(금전·철포·저주)이 일제 초기, 돈과 총칼에 눌려 누구 하나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한 글귀다. 그 약자의 ‘유일 무기’가 요즘엔 힘센자와 집단, 가진자와 못가진자 가리지 않고 휘두른다는 점이 유별나다. 하지만 말이 바로서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떤 말도 헛수고다. 이땅에서 좌·우는 점차 ‘친일·친미·독재’ 우익보수, ‘반일·반미·빨갱이’ 좌익진보로 갈리는 듯하다. 참된 좌·우라면 저런 가름이 못마땅할 터이다. 자주·민주·정통·내림·통일은 어느 편일까?

어려운 세밑에 말이라도 제대로 세워 무작하고 겉도는 짓을 삼감으로써 두루 마음 덜 다치게 했으면 좋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343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022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4896
2838 한테·더러 바람의종 2009.05.02 8722
2837 죽으깨미 바람의종 2009.05.04 7634
2836 수구리 바람의종 2009.05.04 7276
2835 바람의종 2009.05.06 7784
2834 갈매기 바람의종 2009.05.06 6515
2833 말 목숨 바람의종 2009.05.06 4554
2832 먹지 말앙 바람의종 2009.05.09 6813
2831 허롱이 바람의종 2009.05.09 9107
2830 카브라 바람의종 2009.05.12 7947
2829 참새 바람의종 2009.05.12 6748
2828 좌우 바람의종 2009.05.12 8008
2827 묵음시롱 바람의종 2009.05.12 6309
2826 검어솔이 바람의종 2009.05.15 6974
2825 꽃사지 바람의종 2009.05.15 8924
2824 해오라기 바람의종 2009.05.17 8294
» 세밑 바람의종 2009.05.17 5695
2822 먹어 보난 바람의종 2009.05.20 7717
2821 차돌이 바람의종 2009.05.20 9724
2820 미사일 바람의종 2009.05.21 6727
2819 딱따구리 바람의종 2009.05.21 10845
2818 이바지 바람의종 2009.05.24 5875
2817 가젠하민 바람의종 2009.05.24 67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