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6 14:07
어리숙하다, 어수룩하다
조회 수 12199 추천 수 15 댓글 0
어리숙하다, 어수룩하다
ㄱ. 어리숙한 시골 노인
ㄴ. 어수룩한 시골 노인
ㄱ과 ㄴ 가운데 어느 쪽이 자연스러운가? 대부분 둘 다 자연스럽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둘 다 모두 바른 말인가? 표준어 규범은 '어리숙하다'를 비표준어로 다루고 있다. 이는 두 말이 완전 동의어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문장을 보자.
ㄷ. 세상이 그렇게 어수룩한 줄 알아?
ㄹ. 그 팀은 수비가 어수룩하기 짝이 없다.
위의 경우에는 '어수룩하다'를 '어리숙하다'로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 ㄱ과 ㄴ의 경우에는 두 단어가 '사람이 때 묻지 않고 숫되다'의 의미를 공유하고 있는 반면, ㄷ과 ㄹ의 경우에는 '어수룩하다'만이 '사람 이외의 대상이 호락호락하거나 허술하다'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ㄱ과 ㄴ의 경우에도 찬찬히 뜯어보면 두 말 사이에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어리숙하다'는 어리석음의 어감이, '어수룩하다'는 순박함의 어감이 두드러진다. 가령, "난 내가 너무 어리숙했다는 걸 깨달았다"와 "우리 선생님은 어수룩하지만 인간미가 넘치신다"의 경우, 두 단어를 서로 맞바꾸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 두 말은 완전 동의어가 아니므로 복수 표준어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상순(사전 편찬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494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1572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6538 |
2930 | 묫자리 / 묏자리 | 바람의종 | 2012.08.20 | 12380 |
2929 | 괄세, 섭하다 | 바람의종 | 2010.02.21 | 12367 |
2928 | 끄적, 끼적, 깔짝, 깨작 | 바람의종 | 2010.05.30 | 12367 |
2927 | 맨들맨들, 반들반들, 번들번들, 미끌, 미끈 | 바람의종 | 2009.11.03 | 12360 |
2926 | 륙, 육 | 바람의종 | 2011.10.27 | 12350 |
2925 | 광안리 | 바람의종 | 2012.04.19 | 12343 |
2924 | 고개를 떨구다 | 바람의종 | 2008.11.20 | 12325 |
2923 | ‘-든지’는 선택,‘-던지’는 회상 | 바람의종 | 2010.03.17 | 12321 |
2922 | 처리뱅이 | 바람의종 | 2011.11.24 | 12311 |
2921 | 삼십육계 줄행랑 | 바람의종 | 2008.01.16 | 12310 |
2920 | 드론 | 바람의종 | 2012.10.15 | 12296 |
2919 | 끊기다 | 바람의종 | 2011.05.01 | 12287 |
2918 | 어깨를 걸고 나란히 | 바람의종 | 2009.12.01 | 12280 |
2917 | 의사와 열사 | 바람의종 | 2012.03.02 | 12278 |
2916 | 몰래 입국, 몰래 출국 | 바람의종 | 2010.04.19 | 12276 |
2915 | 한눈팔다 | 바람의종 | 2007.04.02 | 12266 |
2914 | 한자의 두음, 활음조 | 바람의종 | 2010.04.26 | 12261 |
2913 | 걸판지게 놀다 | 바람의종 | 2012.05.09 | 12254 |
2912 | 마린보이 | 바람의종 | 2012.08.13 | 12253 |
2911 | 개쓰레기 | 바람의종 | 2012.10.05 | 12250 |
2910 | 자기 개발 / 자기 계발 | 바람의종 | 2011.11.24 | 12244 |
2909 | 저지 | 바람의종 | 2010.04.18 | 122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