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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6 14:55

지천에 폈다

조회 수 10361 추천 수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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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에 폈다

봄은 마음에서 먼저 시작된다. 개나리가 담장을 기웃거리고 진달래가 산허리를 수줍게 감싸기 전에 마음은 황망히 음습한 겨울을 밀어내고 봄맞이 채비를 서두른다. 그러나 올해는 봄꽃이 한발 앞서 계절을 알려 왔다. 남부 지방은 물론 설악산에도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다는 소식이다. '지천'은 '매우 흔하다'는 뜻으로 "마을 뒷산에는 갖가지 들꽃과 봄나물이 지천이다"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설악산 국립공원에 현호색.노루귀 등이 지천으로 피어 등산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와 같이 쓰인다. 주로 서술격조사 '-이다'나 부사격조사 '-(으)로'를 붙여 '지천이다' '지천으로'의 꼴로 사용하는데 이를 '지천에'로 잘못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봄이면 진달래와 아카시아 꽃이 지천에 피어 마을은 온통 달콤한 꽃향기로 가득 찼다" "옛사람들은 봄이 되면 지천에 깔린 나물을 뜯어 반찬을 해 먹었다" "길가의 화단 등 지천에 널린 게 꽃이건만 꽃을 찾아 나선 상춘객들로 고속도로는 연일 붐빈다"처럼 쓰고 있지만 '지천으로'로 고쳐야 한다. '지천'의 한자어를 '땅과 하늘(地天)'로 생각해 '곳곳에'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지천(至賤)'은 사물이 여기저기 아주 흔하게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으로'를 붙여 쓰는 게 자연스럽다. "지리산 자락에 지천으로 핀 산수유 꽃이 화사한 봄 빛깔을 뽐내기 시작했다"와 같이 표현하거나 아예 쉬운 말로 풀어 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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