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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21:00

짜장면과 오뎅

조회 수 11250 추천 수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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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오뎅

“…감기약이 많이 독했으면 싶어요/ 술 취한 것처럼 아주 깊은 잠이 들어야/ 새벽에 말도 없이 찾아온 헤어짐의 기억이/ 나쁜 꿈일 뿐이라고 날 속일 수 있으니….” <감기 때문에>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이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심정을 담고 있지만 이른바 ‘19금 딱지’ 대상으로 논란이 된 노래이다. 노랫말에 ‘유해 약물’인 ‘술’과 ‘향정신성 의약품’인 ‘감기약’이 들어 있다는 게 쟁점이었다. 이런 엉뚱한 일이 예전에도 있었다.

“떡볶이와 오뎅을 파는 아줌마/ 순대와 튀김은 팔지 않아요/ 사람들은 맛나는 떡볶이만 먹고/ 오뎅은 왜 그런지 팔리지 않아….” 이 곡의 제목은 <떡볶이와 오뎅>이다. 이 노래는 방송사 자체 심의에 걸려 방송 금지곡이 되었다. 내용은 천진하기 그지없는 이 노래가 금지곡이 된 건 ‘오뎅’ 때문이었다. 당시 가요 심의를 했던 심의위원들은 “‘오뎅’은 방송언어로 부적절하다”며 음반사와 가수 쪽이 낸 재심의 신청도 기각했다.

그렇다. ‘오뎅’은 지금도 ‘방송 부적합 용어’로 분류되어 있다. 청취자 사연에 자주 나오는 ‘오뎅’은 ‘어묵’ 따위로 바꾸어 전하는 게 방송과 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의 불문율이다. 국립국어원은 ‘오뎅’을 ‘꼬치/꼬치안주’로 순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오뎅은 바르지 않으니) 어묵’으로 쓰라고 한다. 왠지 석연찮은 구석이 없지 않다. 일본어 찌꺼기를 솎아내는 일에는 찬성하지만, ‘오뎅’은 그냥 ‘오뎅’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선살 등을 으깨어 조미료를 넣고 버무려 만든 건 어묵이지만, 다시마와 무, 파 따위를 넣고 끓여낸 일본 음식은 ‘오뎅’이기 때문이다. ‘오뎅’이 순화 대상이면 일본 나가사키가 원산지인 ‘짬뽕’(チャンポン)도 그래야 한다. 피자와 햄버거, 스파게티와 케밥은 음식 이름일 뿐이다. 짬뽕과 한 식구인 ‘짜장면’이 복권되었다. 이와 함께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길래(-기에), 손주(손자) 등도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언어 현실을 반영해 결정했다’는 국립국어원의 뜻이 ‘오뎅’에도 미치기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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