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1.23 05:38

국민

조회 수 4488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국민

언어예절

한 나라 사람들을 싸잡아 부를 말(호칭)이 없다. 수천만 사람을 묶어서 부를 자격이 있는 이가 누구며, 불러서 대답할 그들이 있긴 하겠는가. 백성·국본은 예스럽고, 아쉬운 대로 인민·국민·동포·겨레 같은 지칭어에다 ‘여러분!’을 달아 부를밖에.

올해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건국 60년’만 강조한 탓에 예년 것과는 용어·주제·틀이 달라 말이 많았다. 그런 점을 뺀다면 형식 자체는 꽤 절제되고 다듬은 문장이었다. 단문 위주여서 연설하고 듣기에 부담이 적었고, 평균 어절이 아홉 안쪽으로 무척 짧았다. 단정·비유·설명·약속·의지 …들도 큰 무리 없이 엮이었다. 포괄적 긍정과 희망적 전망으로 뭉뚱그렸지만 앞뒤 60년이란 시공의 폭이 주는 성금도 좀 봤다.

국경일에 걸맞은 말을 빠뜨린 건 큰 흠이다. 국민·동포·민족·겨레에서 ‘국민’은 서른 번 가까이 썼고 다른 말은 한두번에 그쳤다. ‘국민’ 아닌 동포로, 이국에 뼈를 묻은 선열들에다 숱한 ‘재외동포’가 있고, 최근의 ‘귀화 국민’도 정서에서 그렇다. 그러니 ‘북녘 동포’와 함께 적어도 두어차례는 이들을 부르고 외쳐 말로라도 어루만져야 했다.

아직 광복·독립을 못한 이웃 겨레들도 적잖다. 식민지배를 겪은 나라로서 그들의 염원을 지원·지지함과 아울러 침략주의를 경계하는 언급이 반드시 따라야 했다. ‘세계’를 열댓 차례 썼는데, 예나 앞으로나 배달겨레의 최고 실천 이념이라 할 ‘홍익인간’을 내세움만 같지 못하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300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983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4509
3014 언어로 성형수술을 / 위계질서와 개인정보 風文 2020.07.09 1979
3013 수어 / 닭어리 風文 2020.07.04 2057
3012 국방색 / 중동 風文 2020.06.24 2078
3011 말의 토착화 / 국가와 교과서 風文 2020.07.20 2194
3010 사라진 아빠들 / 피빛 선동 風文 2020.07.19 2203
3009 '명문'이라는 이름 / 가족의 의미 風文 2020.07.16 2288
300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대기업은 싫습니다 風文 2020.07.15 2394
300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아이들은 잡초처럼 키워라 風文 2020.07.14 2438
300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포도밭의 철학 風文 2020.07.17 2474
300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아이디어도 끈기다 風文 2020.07.19 2541
300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다르게 생각해야 '물건'이 보인다 風文 2020.07.19 2665
3003 말과 글 바람의종 2008.01.19 3894
3002 보도자료 바람의종 2008.05.06 4291
3001 명분 바람의종 2008.11.19 4429
3000 발자국 바람의종 2008.11.11 4463
» 국민 바람의종 2008.11.23 4488
2998 되겠습니다 바람의종 2008.09.20 4546
2997 말 목숨 바람의종 2009.05.06 4554
2996 지나친 완곡 바람의종 2008.09.09 4631
2995 실용글 바람의종 2008.08.11 4755
2994 논이·노리개 바람의종 2008.06.22 4770
2993 어디 가여? 바람의종 2008.09.23 48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