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9.29 18:46

경범죄 위반

조회 수 7769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경범죄 위반

어법에 어긋난 말일지라도 여러 사람이 자주 쓰다 보면 일반화되고, 일반화되면 예외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연찮다’, ‘안절부절못하다’ 등이 그런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우연찮다’를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라고 풀이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우연하다’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또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이를 동사로 만들면 ‘안절부절하다’로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정작 사전에는 ‘안절부절못하다’가 표준말로 올라 있다.

이미 그렇게 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말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별생각 없이 어법에 어긋나는 말을 만들어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의, 한 번의 잘못으로 끝나버릴 것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일망정 그 말이 생명을 얻어 사회적으로 퍼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 ‘경범죄 위반’ 일본의 44배” 중앙 일간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경범죄 위반’이라고 하면 경범죄를 위반했다는 말인데, 사람이 법을 위반할 수는 있어도 죄를 위반할 수는 없다. 따라서 ‘경범죄처벌법 위반’이라고 해야 옳다. 그러나 이 말도 ‘위반’이라는 말을 꼭 써야 한다는 스스로의 암시 때문에 ‘처벌법’이라는 말까지 불러왔다. 그냥 “우리나라 ‘경범죄’ 일본의 44배”라고 하면 될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의 경범죄 가짓수가 일본의 44배’로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275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953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4255
3014 겹말을 피하자(中) 바람의종 2008.05.08 5216
3013 겻불 바람의종 2010.08.07 9076
3012 겻불 風磬 2006.09.14 15574
3011 경구 투여 바람의종 2012.01.24 9700
» 경범죄 위반 바람의종 2010.09.29 7769
3009 경사가 가파라서 바람의종 2009.02.03 11797
3008 경위 바람의종 2010.05.12 10820
3007 경을 치다 바람의종 2007.12.27 13421
3006 경제 새말 바람의종 2008.01.04 7224
3005 경제성 바람의종 2007.10.21 9228
3004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160
3003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563
3002 경품과 덤 바람의종 2009.07.13 5857
3001 곁불, 겻불 바람의종 2008.10.24 8193
3000 계간 바람의종 2007.06.02 6968
2999 계기, 전기, 기회 바람의종 2010.11.16 10263
2998 계륵 바람의종 2007.06.02 5866
2997 계좌, 구좌 바람의종 2012.09.11 9867
2996 계집과 여자, 끝 風文 2022.08.20 1228
2995 계피떡 바람의종 2011.11.16 11806
2994 고개를 떨구다 바람의종 2008.11.20 12274
2993 고개인사 바람의종 2008.07.16 755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