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06 18:48

말 목숨

조회 수 4552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 목숨

언어예절

마지못해 산다는 이가 많은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있다. 오죽하면 그러리오마는, 어버이만 아니라 만인을 얼빠지게 하는 몹쓸 일이다.

자진하는 데는 말이 통하지 않는 까닭이 크다. 그로써 한 세월을, 또 그의 진실과 말을 속절없이 사라지게 한다.

숨을 타는 사물이 생물만 아니다. 사람이 사라지면 말도 사라진다. 얼마 전 배우 최진실이 자진해 한동안 사회가 떠들썩했다. 그에게 소통 부재를 일으킨 진실과 함께 다시는 그의 새로운 연기와 말을 만나지 못하게 됐다. 장차 할 말까지 송두리째 데려가 버린 탓이다. 특히 말과 영상을 다루는 방송작가나 연출가들의 상심이 무척 클 터이다.

가끔 글쟁이들이 붓을 꺾었다거나 다시 들었다는 얘길 한다. 말이 샘솟아 주체하지 못하는 글쟁이가 있는 한편, 억지로 자아내는 이도 있다. 붓을 꺾는 것은 적어도 자기 말과 이야기, 생각을 되돌아보고 쟁이는 구실을 한다.

말은 쓰기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지만 버림받기도 한다. 말겨레가 7천만 아니 1억이 있어도 제대로 거두어 쓰지 않으면 비틀리고 메마른다. 이는 죽임이다. 오래도록 써 온 말을 전혀 듣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불행히도 우리 시대 들어 그 도를 넘는 걸 뻔히 본다.

노인들만 남아 사는 시골이 걱정이다. 농사도 살림도 그렇지만 그나마 갈무리하고 베푸는 숱한 말과 풍습들이 그들과 더불어 사라질 걱정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201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882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3458
3014 언어로 성형수술을 / 위계질서와 개인정보 風文 2020.07.09 1979
3013 수어 / 닭어리 風文 2020.07.04 2057
3012 국방색 / 중동 風文 2020.06.24 2073
3011 말의 토착화 / 국가와 교과서 風文 2020.07.20 2194
3010 사라진 아빠들 / 피빛 선동 風文 2020.07.19 2203
3009 '명문'이라는 이름 / 가족의 의미 風文 2020.07.16 2284
300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대기업은 싫습니다 風文 2020.07.15 2394
300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아이들은 잡초처럼 키워라 風文 2020.07.14 2434
300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포도밭의 철학 風文 2020.07.17 2474
300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아이디어도 끈기다 風文 2020.07.19 2541
300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다르게 생각해야 '물건'이 보인다 風文 2020.07.19 2665
3003 말과 글 바람의종 2008.01.19 3885
3002 보도자료 바람의종 2008.05.06 4291
3001 명분 바람의종 2008.11.19 4429
3000 발자국 바람의종 2008.11.11 4461
2999 국민 바람의종 2008.11.23 4483
2998 되겠습니다 바람의종 2008.09.20 4546
» 말 목숨 바람의종 2009.05.06 4552
2996 지나친 완곡 바람의종 2008.09.09 4626
2995 실용글 바람의종 2008.08.11 4755
2994 논이·노리개 바람의종 2008.06.22 4770
2993 어디 가여? 바람의종 2008.09.23 48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