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09 16:54

산막이 옛길

조회 수 4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산막이 옛길

내 고향은 충북 괴산으로, 수려한 자연 경관을 빼곤 딱히 더 내세울 게 없는 곳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화양계곡, 선유동계곡, 쌍곡계곡 등이 여름휴가 장소로 이름을 얻기 시작하면서 여름철엔 외지인으로 북적북적해졌다. 얼마 전부터는 ‘산막이 옛길’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산막이 옛길’은 산막이 마을로 가는 총 10리의 옛길을 이르는데, 괴산군에서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복원해 놓은 산책길이다.

산책길로는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 제천의 ‘자드락길’, 강릉의 ‘바우길’ 등이 유명하다. 최근 올레길, 둘레길, 자드락길, 바우길 등으로 산책을 떠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그렇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색 있는 산책길을 개발하여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그런데 산책길의 이름 대부분은 고유어나 그 지역의 방언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둘레길’의 ‘둘레’는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를 뜻하는 고유어이고, ‘자드락길’의 ‘자드락’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반면 ‘올레길’의 ‘올레’는 ‘골목’의 제주도 방언이고, ‘바우길’의 ‘바우’는 ‘바위’의 강원도 방언이다. ‘산막이 옛길’의 ‘산막이’는 ‘산(이) 막다’에서 파생된 말이므로 고유어로 볼 수 있다.

산책길의 이름으로 고유어나 방언이 활용되는 건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상품, 가게, 아파트 등의 이름 짓기에서는 외래어나 외국어가 더 널리 활용되기 때문이다. 많은 산책길이 특정 지역의 관광 명소로 개발된 데 말미암은 것이리라!

여하튼 고유어가 제한적이나마 대접을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어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이 좀 더 확대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88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65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460
3410 ‘요새’와 ‘금세’ 風文 2024.02.18 457
3409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458
3408 갑질 風文 2024.03.27 460
3407 내 청춘에게? 風文 2024.02.17 461
3406 ‘시월’ ‘오뉴월’ 風文 2024.01.20 469
3405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476
3404 배레나룻 風文 2024.02.18 478
»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479
3402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485
3401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487
3400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490
3399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風文 2024.03.27 493
3398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494
3397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496
3396 금수저 흙수저 風文 2024.02.08 497
3395 가던 길 그냥 가든가 風文 2024.02.21 498
3394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499
3393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503
3392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504
3391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505
3390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509
3389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50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