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3099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장마비, 장맛비 / 해님, 햇님

날씨가 끄느름하더니 결국 비가 오신다. 작달비다. '오신다'고 하기엔 마음이 넉넉지 않다.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장마가 한창인데 꼼꼼하지 못한 내 탓이지, 비 때문이랴. 비를 긋고 가기엔 출근이 너무 늦는데 세찬 빗방울이 바닥을 차고 튀어 오른다. 도시의 비는 불쾌하다. 끈적끈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 해 전 지리산 동부능선에서 맞은 억수비가 그립다. 물을 퍼붓듯 억수같이 내리부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렇게 큰비는 처음이었다. '장대비에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은 풀잎처럼' 서럽도록 상쾌했다. 신문에 연잎 우산을 쓰고 활짝 웃는 어린이들의 사진이 실렸다. 하, 온몸을 감추고도 남는 연잎 우산이라….

도회에서 태어나 자란 내겐 낯선 그림이지만 참 예쁘다. 어릴 적 살던 곳은 서울 변두리였다. '멀리서 먹장 같은 구름장 한 장이 빠르게 다가온다. 해님이 쨍쨍한데 시원한 빗줄기를 뿌리곤 달아난다.' 그게 여우비라는 건 조금 커서 알았다. 소곤거리며 내리는 비는 굳이 크기를 따지면 '가랑비·이슬비·는개·안개비' 순으로 굵다. 지난 며칠 구질구질 궂은비가 내렸다. 올해는 봄장마가 있더니 장맛비는 그리 심하지 않으려나 보다. 더위 꺾이면 늦장마라도 지려나. 초가을 건들장마로 농부들 마음 어지럽겠다. 가을장마가 닥치면 일껏 베어 놓은 나락 거둬들이는 손길이 바쁠 텐데.

*장마비는 사이시옷을 받쳐 장맛비로 쓴다. 해님의 '님'은 '달님·별님·토끼님'의 '님'과 같은 접미사여서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39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26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009
3058 양해의 말씀 / 기라성 바람의종 2010.03.23 13126
3057 하릴없다와 할 일 없다 바람의종 2010.03.08 13125
3056 해장 바람의종 2012.07.23 13122
» 장마비, 장맛비 / 해님, 햇님 바람의종 2009.02.22 13099
3054 심금을 울리다 바람의종 2008.01.19 13093
3053 교환 / 교체 바람의종 2010.10.04 13093
3052 가난을 되물림, 대물림, 물림 바람의종 2010.03.30 13071
3051 캥기다 바람의종 2011.11.21 13063
3050 하릴없이, 할 일 없이 바람의종 2012.10.30 13057
3049 애끊다와 애끓다 바람의종 2010.03.15 13048
3048 적자 바람의종 2007.08.16 13048
3047 한목소리, 한 목소리, 한걸음, 한 걸음 바람의종 2010.06.01 13043
3046 고주망태 바람의종 2010.03.30 13030
3045 있사오니 / 있아오니 바람의종 2011.11.30 13018
3044 흐리멍텅하다 바람의종 2009.11.09 13013
3043 치르다·치루다 바람의종 2010.02.12 13002
3042 호프 바람의종 2011.11.21 12989
3041 ‘-율’과 ‘-률’ 바람의종 2010.04.18 12977
3040 다대기, 닭도리탕 바람의종 2012.07.06 12969
3039 ‘직하다’와 ‘-ㅁ/음직하다’ 바람의종 2010.03.26 12958
3038 하락세로 치닫다 바람의종 2009.02.05 12958
3037 "정한수" 떠놓고… 1 바람의종 2008.04.01 129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