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13 13:40

악담의 악순환

조회 수 5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악담의 악순환

남과 북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짜증과 감정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작은 분노가 엄청난 사건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그런 식으로 터졌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분노의 폭발보다 상황의 안전한 관리가 더 필요하다. 화날 때마다 화내고, 짜증날 때마다 흥분하는 짓은 사춘기로 끝을 내야 성인이 된다.

언어는 착한 구실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 남들에게 악담이나 험담을 할 때는 거의 흉기나 다름없다. 남한테 모진 말을 하면 거꾸로 자신에게도 안 좋은 말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 있는 사람들은 못마땅한 일이 있거나 속이 끓는 일이 있어도 험한 말을 삼가고 마음을 조용히 삭인다.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기보다는 전체의 판세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갈등을 이용하여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싶을 때는 상대방을 약 올리고 싶어진다. 약이 오른 사람들은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약이 올라도 약이 안 오른 척한다. 그래야 약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제풀에 주저앉는다.

수가 낮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약을 올리면 펄펄 뛰면서 흥분한다. 그래서 상대방을 같이 욕해 주는 사람의 편을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태를 그르치고 손해를 뒤집어쓴다. 결국은 같이 상대방을 욕하면서 자신을 흥분시킨, 그래서 자신이 편들었던 사람한테까지 이용당하기 쉽게 된다.

말을 순하게, 착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것은 고루한 도덕률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악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결국은 약을 올린 사람만이 이익을 보고 약올라했던 사람들은 이용만 당하기 때문에 그러한 사태를 경계하는 교훈이다. 남과 북의 갈등은 그렇기 때문에 흥분 상태에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깊은 계산을 하면서 조심조심 다가서야 하는 일이다. 그것이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전략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3834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524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731 

    언어와 인권

  5.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995 

    세로드립

  6.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771 

    ‘선진화’의 길

  7.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830 

    언어의 혁신

  8.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741 

    재판받는 한글

  9.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525 

    말의 권모술수

  10.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669 

    고령화와 언어

  11.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587 

    어버이들

  12.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549 

    상투적인 반성

  13.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552 

    정치인들의 말

  14.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519 

    공공 재산, 전화

  15.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746 

    편견의 어휘

  16.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851 

    비판과 막말

  17.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562 

    군인의 말투

  18.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526 

    무제한 발언권

  19.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637 

    언어적 주도력

  20.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566 

    악담의 악순환

  21.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567 

    법률과 애국

  22.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643 

    '미망인'이란 말

  23.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572 

    또 다른 공용어

  24.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662 

    편한 마음으로

  25. No Image 06Sep
    by 風文
    2021/09/06 by 風文
    Views 788 

    치욕의 언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