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0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 많은 거짓말쟁이 챗GPT, 침묵의 의미를 알까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에 육박할 수 있게 된 건 인간이 말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패턴의 발견. 패턴은 반복적 사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정한 양식이자 경향. 어떤 상황을 말로 표현한다고 해 보자. 딱 맞는 하나의 표현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한대로 열려 있는 것도 아니다. ‘밥’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떠올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문장은 패턴의 조합이다. 패턴은 유일과 무한대 사이에 난 오솔길.

자기 팔꿈치는 물지 못한다 했던가. 인간은 그 패턴이 무엇인지 소상히 알 수 없다. 말은 술술 하지만 그걸 보여 달라고 하면 난처해진다. 인공지능은 그걸 빠르게 발견한다. 이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지, 이 문서가 뭘 다루고 있는지를 안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처럼 그럴싸하게 말을 하게 되었다.

말을 뿜어내도록 만들어진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는 다변증과 허언증을 동시에 앓고 산다. 말 많은 거짓말쟁이. 끝없이 지껄이고, 수시로 거짓말을 한다. 대꾸하지 말래도 기어코 대답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쏘삭이는 인공지능을 다들 기특하고 대견해 한다. 아이야, 너는 어찌 그리 말을 잘하니?

인공지능이 유일하게 못 하는 것은 침묵. 이제 인간에게 남은 거라곤 패턴을 거역할 자유와 입을 닫을 자유 정도밖에 없는가. 인간만이 기성화되고 제도화된 패턴을 벗어나는 시도를 감행한다. 인간만이 할 말을 참고 침묵할 수 있다. 상황과 상대를 살피며 망설이고 뜸을 들일 수도 있다. 나처럼 입만 살아 있는 자는 성능 나쁜 인공지능에 가깝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503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158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6413
3124 환멸은 나의 힘 / 영어는 멋있다? 風文 2022.10.28 1024
3123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026
3122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030
3121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039
3120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043
3119 흰 백일홍? 風文 2023.11.27 1046
3118 일타강사, ‘일’의 의미 風文 2022.09.04 1049
3117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052
3116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057
3115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062
3114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064
3113 공화 정신 風文 2022.01.11 1066
3112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073
3111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075
3110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079
3109 우리나라 風文 2023.06.21 1081
3108 큰 소리, 간장하다 風文 2022.10.04 1088
3107 너무 風文 2023.04.24 1090
» 말 많은 거짓말쟁이 챗GPT, 침묵의 의미를 알까 風文 2023.06.14 1091
3105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093
3104 단골 風文 2023.05.22 1104
3103 열쇳말, 다섯 살까지 風文 2022.11.22 110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