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5.28 13:36

아이 위시 아파트

조회 수 13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이 위시 아파트

이런저런 일로 누군가 내 주소를 물어볼 때는 곤혹스럽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이 ‘아이 위시(I-Wish)’인데,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열에 여덟 아홉은 그 이름을 되물어 보기 때문이다. 자주 겪는 일이라서 내 영어 발음이 시원찮아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대개의 예상과 달리 아파트 이름에 영어 단어도 아닌, 영어 문장이 들어가 있어서다.

오래 전부터 아파트 건설사들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 이름을 영어식으로 지어 왔다. 우리말보다 영어 및 외국어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의 언어 의식을 반영하여 그런 것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는 편의시설 대부분도 영어로 안내하고 있다. 주차장은 ‘파킹(Parking)’으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방향을 각각 ‘인(in)’과 ‘아웃(out)’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급하게 휘어진 통로에는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의 안전을 위해 ‘슬로(slow)’로 서행 안내를 하고 있다. 비상구 표시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엑시트(Exit)’이다. 게다가 이 모든 영어는 알파벳만 적혀 있다.

우리 아파트는 외국인 전용 아파트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아파트 이름뿐만 아니라 아파트 내 편의 시설 표시가 영어로 적혀 있다. 대외적 성격을 갖는 아파트 이름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아파트 내 편의 시설은 거주자의 편익을 우선으로 안내해야 하지 않을까?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영어에 친숙한 건 아니다. 우리의 영어 사랑은 도를 넘었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527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78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934
3126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297
3125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301
3124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302
3123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303
3122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305
3121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307
3120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風文 2022.06.02 1309
3119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313
3118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314
3117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風文 2024.03.27 1320
3116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風文 2022.08.02 1321
3115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324
3114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324
»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331
3112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332
3111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335
3110 이 자리를 빌려 風文 2023.06.06 1336
3109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336
3108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337
3107 너무 風文 2023.04.24 1337
3106 사수 / 십이십이 風文 2020.05.17 1339
3105 지슬 風文 2020.04.29 13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