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5.03 02:17

뒷담화

조회 수 10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뒷담화

  20세기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열린 ‘전국 민속놀이 경연대회’ 중계방송 때 생긴 일이다. 땅 위에서 펼쳐지는 민속놀이를 보여주던 카메라가 하늘을 비추었다. 흰 구름을 배경으로 온갖 연들이 휘영청 떠 있는 장면이 나오자 아나운서의 설명이 이어졌다. “다양한 연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멋진 문양의 방패연과 가오리연, 그리고 그 뒤에는 ‘쌍연’이 날고 있습니다.” 쌍룡(용 두 마리), 쌍알(노른자가 두 개 있는 달걀)처럼 ‘둘씩 짝을 이룬 것’을 ‘쌍-’이라 하니 나란히 붙어 나는 연 두개를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 하필 발음이 [쌍년]이었다. 시청자 항의가 없지 않았던 그때, 뒷감당을 어찌 했는지 뒷얘기는 듣지 못했다.

    지난 주말 방송 뉴스에 ‘뒷담화’가 등장했다. ‘사실로 믿고 한 뒷담화, 명예훼손 해당 안 된다’는 기사이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직장 내 뒷담화 명예훼손’, ‘상사 비리 뒷담화’처럼 ‘뒷담화’를 제목에 올린 곳이 대부분이었다. ‘비리를 저질렀다고 험담을 한 혐의’(ㅅ경제신문), ‘사실로 믿은 험담 명예훼손 아니다’(ㅈ일보)처럼 ‘험담’으로 다룬 매체는 별로 없었다. 국립국어원은 ‘뒷담화’를 두고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아서 표준어로 보기 어렵다” 했다.(온라인 가나다, 2011년 2월)

‘뒷담화’는 '뒷다마'라는 말이 일본어에서 온 것이고 비속한 느낌이 강해 ‘-다마’ 대신 발음이 비슷한 ‘담화’를 붙여 만든 말로 본다.(<한겨레> 2006년 8월24일치) ‘정론지’나 ‘공영방송’에서 쓰기에는 격이 낮은 ‘뒷담화[뒫땀화]’는 ‘뒷다마[뒫따마]’처럼 잘못 발음하거나 달리 들릴 수 있다. ‘쌍연[쌍년]’처럼 방송매체에서는 특히 가려 써야 할 표현인 것이다. <우리말 나들이>가 2011년 초 방송에서 “비속어인 ‘뒷담화’는 ‘뒷말’이나 ‘뒷소리’로 다듬어 쓰자”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5623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7296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3Aug
    by 風文
    2022/08/03 by 風文
    Views 1300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5. No Image 02Sep
    by 風文
    2023/09/02 by 風文
    Views 1308 

    웰다잉 -> 품위사

  6. No Image 10May
    by 風文
    2022/05/10 by 風文
    Views 1311 

    성인의 세계

  7. No Image 24Nov
    by 風文
    2023/11/24 by 風文
    Views 1312 

    ‘개덥다’고?

  8. No Image 31Oct
    by 風文
    2021/10/31 by 風文
    Views 1315 

    외부인과 내부인

  9. No Image 07Jan
    by 風文
    2022/01/07 by 風文
    Views 1316 

    할 말과 못할 말

  10. No Image 20Jan
    by 風文
    2024/01/20 by 風文
    Views 1320 

    ‘시월’ ‘오뉴월’

  11. No Image 03Sep
    by 風文
    2022/09/03 by 風文
    Views 1322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12. No Image 02Jun
    by 風文
    2022/06/02 by 風文
    Views 1325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13. No Image 02Nov
    by 風文
    2021/11/02 by 風文
    Views 1327 

    방언의 힘

  14. No Image 12Oct
    by 風文
    2022/10/12 by 風文
    Views 1330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15. No Image 02Aug
    by 風文
    2022/08/02 by 風文
    Views 1335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16. No Image 27Mar
    by 風文
    2024/03/27 by 風文
    Views 1336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17. No Image 17May
    by 風文
    2020/05/17 by 風文
    Views 1341 

    사수 / 십이십이

  18. No Image 13Oct
    by 風文
    2023/10/13 by 風文
    Views 1341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19. No Image 21Aug
    by 風文
    2022/08/21 by 風文
    Views 1345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20. No Image 25Apr
    by 風文
    2023/04/25 by 風文
    Views 1345 

    개양귀비

  21. No Image 29Apr
    by 風文
    2020/04/29 by 風文
    Views 1346 

    지슬

  22. No Image 09Jan
    by 風文
    2022/01/09 by 風文
    Views 1352 

    한자를 몰라도

  23. No Image 01Nov
    by 風文
    2023/11/01 by 風文
    Views 1353 

    ‘괴담’ 되돌려주기

  24. No Image 15Sep
    by 風文
    2022/09/15 by 風文
    Views 1355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25. No Image 10Nov
    by 風文
    2022/11/10 by 風文
    Views 1356 

    독불장군, 만인의 ‘씨’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