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9 11:58

패수와 열수

조회 수 9955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패수와 열수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를 보면, 광개토왕 4년 8월에 왕이 패수(浿水)에서 백제와 크게 싸워 이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패수’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신라 선덕왕 때에 한산주에 ‘패강진’(浿江鎭)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황해도 평산에 ‘패강진’이 있었다고도 한다. 또한 패수를 열수(列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열’(列)은 ‘벌림’을 뜻하는 말이므로 거센소리가 되기 이전의 ‘패수’와 같은 말이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패수’의 ‘배’를 ‘밝음’을 뜻하는 ‘ㅂ·ㄺ’으로 풀이한 바 있다. 이 풀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으나 ‘패수’의 ‘패’나 ‘열수’의 ‘벌’은 모두 땅이름에 쓰이는 ‘벌’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다만 ‘벌’은 넓은 들을 뜻하며, 강을 낀 넓은 벌판은 사람이 모여 살기에 적합한 땅이 된다.

광개토의 아들인 장수왕은 사천(蛇川) 들에 나아가 사냥하면서 흰노루를 잡았고, 이후 평양으로 천도한 임금이다. 장수왕이 사냥했다는 ‘사천’ 또한 ‘뱀ㄴ·ㅣ’다. ‘사천’과 ‘사수’(蛇水)는 같은 뜻이니 이 또한 ‘벌’이다. 사학자 이병도는 ‘패수’를 청천강이라고 했는데, 한백겸의 <동국지리지>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땅이름 ‘패강·패수·사천’ 등이 ‘벌’과 관련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패수는 ‘벌’을 낀 강을 두루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패수’에서 확인되는 ‘벌’의 땅이름 분포는 고조선의 영토 고증뿐만 아니라 우리 겨레의 뿌리를 찾는 데 귀중한 자료로 쓸 만한 보기라 하겠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879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567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393
3124 낙지와 오징어 바람의종 2008.04.23 8692
3123 가히·논개② 바람의종 2008.04.23 9374
3122 나비나물 바람의종 2008.04.24 5644
3121 위례성과 아리수 바람의종 2008.04.24 8507
3120 설둥하다 바람의종 2008.04.25 6744
3119 오마대·기림대·오고타이 바람의종 2008.04.26 7423
3118 솔체꽃 바람의종 2008.04.26 7451
3117 공암진 바람의종 2008.04.27 7431
3116 모시는 글 바람의종 2008.04.27 16839
3115 예비 바람의종 2008.04.28 7342
3114 터물·더믈 바람의종 2008.04.28 7610
3113 각시취 바람의종 2008.04.29 6847
» 패수와 열수 바람의종 2008.04.29 9955
3111 궂긴소식 바람의종 2008.04.30 8529
3110 갑작힘 바람의종 2008.04.30 7780
3109 망이·망쇠 바람의종 2008.05.01 9179
3108 다정큼나무 바람의종 2008.05.01 8557
3107 실레마을과 시루 바람의종 2008.05.03 7439
3106 떡값 바람의종 2008.05.03 6549
3105 갑작사랑 바람의종 2008.05.05 7080
3104 금덩이·은덩이 바람의종 2008.05.05 10286
3103 벌개미취 바람의종 2008.05.05 66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