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27 20:19
밤을 지새다, 지새우다
조회 수 12529 추천 수 7 댓글 0
밤을 지새다, 지새우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상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을 새면서 공부하는 자식들이 안타까워 '밤을 새지 마라. 몸 상할라'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우리의 교육 현실을 다시 생각해 본다.
위 문장에서 쓰인 '새면서' '새지'는 맞지 않다. 이들의 기본형인 '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목적어가 있으므로 '밤을 새우다'로 하는 게 옳다. '밤을 새우다'는 왜 흔히 '밤을 새다'로 잘못 쓰는 것일까. 아마 '새다'를 '새우다'의 준말로 생각하기 때문일 듯싶다. 그러나 '새다'는 '날이 밝아 오다'란 뜻(그날 밤이 새도록 그는 자기의 과거를 다 이야기했습니다)인 반면 '새우다'는 주로 밤을 목적어로 하여 '한숨도 자지 아니하고 밤을 지내다'란 뜻(그 이야기를 들은 날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했다)이다. 이처럼 뜻이 완전히 다른 말이므로 '새다'가 '새우다'의 준말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밤이 새다'와 '밤을 새우다'는 구별해 써야 한다.
앞에 '지-'가 붙는 '지새다' '지새우다'도 같은 경우다. '지새다'는 '달빛이 사라지면서 밤이 새다'는 뜻(그는 밤이 지새도록 술잔만 기울였다)이며, '지새우다'는 밤 따위와 함께 쓰여 '고스란히 새운다'는 뜻(아내는 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남편 오기만을 기다렸다)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6381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2877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197791 |
1188 | 해거름, 고샅 | 바람의종 | 2008.10.11 | 7822 |
1187 | 고양이 | 바람의종 | 2008.10.11 | 6522 |
1186 | 삭이다, 삭히다 / 썩히다, 썩이다 / 박히다, 박이다 | 바람의종 | 2008.10.10 | 10512 |
1185 | 선글라스 | 바람의종 | 2008.10.10 | 7358 |
1184 | 갓달이 | 바람의종 | 2008.10.07 | 6927 |
1183 | 세리머니 | 바람의종 | 2008.10.07 | 7387 |
1182 | 내레 | 바람의종 | 2008.10.07 | 6204 |
1181 | 용트림, 용틀임 | 바람의종 | 2008.10.04 | 8619 |
1180 | 동포, 교포 | 바람의종 | 2008.10.04 | 7865 |
1179 | 량, 양 (量) | 바람의종 | 2008.10.04 | 9298 |
1178 | 삼가 | 바람의종 | 2008.10.04 | 5238 |
1177 | 물을 길러, 라면이 불기 전에 | 바람의종 | 2008.10.01 | 12902 |
1176 | ~에, ~에게, ~한테, ~더러 | 바람의종 | 2008.10.01 | 7898 |
1175 | 가르치다, 가리키다 | 바람의종 | 2008.10.01 | 6692 |
1174 | 사슴 | 바람의종 | 2008.10.01 | 7111 |
1173 | 숫컷, 숫소? | 바람의종 | 2008.09.30 | 4841 |
1172 | 동사, 형용사 | 바람의종 | 2008.09.30 | 6408 |
1171 | 반증, 방증 | 바람의종 | 2008.09.30 | 9952 |
1170 | 라이방에 봉고 | 바람의종 | 2008.09.30 | 7372 |
1169 | 십팔번, 가라오케 | 바람의종 | 2008.09.29 | 7058 |
1168 | 않는, 않은 | 바람의종 | 2008.09.29 | 15396 |
1167 | 수만이 | 바람의종 | 2008.09.29 | 61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