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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7 16:01

앙갚음, 안갚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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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갚음

진나라 무제가 높은 관직을 내렸지만 이를 고사한 신하가 있다. 그는 자신을 까마귀에 비유하면서 “까마귀가 어미새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만 봉양하게 해 달라” 하였다. 이밀(李密)의 ‘진정표’(陳情表)에 나오는 이야기다.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이후 새끼가 다 자라면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살린다고 한다. 그래서 까마귀를 ‘되돌려(反) 먹이는(哺)’ 새라는 뜻을 담아 반포조(反哺鳥)라 이르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반포지효(反哺之孝)는 어버이의 은혜에 대한 자식의 지극한 효도를 뜻한다.

어제치 <한겨레>에 실린 ‘판검사 돼라 닦달에… 부모 기대 부담감에… 빗나간 교육열, 끊이지 않는 비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반포지효를 떠올리게 했다. ‘공부 스트레스’로 부모를 시해하는 원인을 ‘교육병리의 한계’로 다룬 전문가들의 분석에 공감했다. 아이들의 ‘극단선택’은 상당부분 어른들의 책임이다. ‘1등 지상주의, 성적 중심주의’ 사회는 어른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 자식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거부할 자식 또한 없을 것이다. 부모의 빗나간 기대감은 자식의 앙갚음을 불러온다. 앙갚음은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줌’(표준국어대사전)이다.

보복을 뜻하는 앙갚음의 대척점에 안갚음이 있다. ‘안’은 마음을 뜻한다. 안갚음은 마음을 다해 키워준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 곧 반포지효를 이르는 말이다. 아이들의 행복과 자신의 기대 충족 욕망을 혼동하며 자식 닦달하는 사람이 흔한 세상이다. 하지만 ‘이웃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 잘살면 된다고 여긴다면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내 자식이 아니다’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부모도 적잖다. 자식에 대한 빗나간 사랑은 아이들을 엇나가게 할 수 있다. 받침 하나 차이로 뜻 달라지는 앙갚음과 안갚음처럼 말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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