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0.26 02:23

첩첩산중

조회 수 10828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첩첩산중

중학교 때 도시에서만 자란 여선생님이 한 분 산골에 있는 우리 학교에 오셨는데 그분이 나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가 첫 부임지인데 버스를 타고 넘어도 넘어도 계속 산이 이어져, 이런 산골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무섭고 슬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골을 이르는 말이 '첩첩산중'입니다. 즉 '깊은 산속'이라는 뜻입니다. 용례를 살펴보면 '차도 다니지 않는 첩첩산중에 병원이 있을 리 없었다' '이곳은 첩첩산중인 정선 땅에서도 가장 깊은 산골이다' '계곡물 소리가 상쾌하다. 첩첩산중이라 그런지 약간 춥다는 생각이 든다'처럼 쓰입니다.

그런데 이 '첩첩산중'이란 말을 '난관이나 장애가 많다'라는 뜻으로 잘못 쓰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악재 첩첩산중, 검찰은 울고 싶어라.' 이 경우는 '깊은 산속'과는 별 상관이 없는 문맥으로, 넘어야 할 악재가 겹으로 쌓였다는 표현을 하려는 것이므로 '악재 첩첩'이라고 써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됩니다. 첩첩(疊疊)은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모양을 뜻합니다. 중중첩첩(重重疊疊)이라고도 하지요.

'적지인 데다 감정이 좋지 않은 심판까지 만났으니 한국 대표팀의 일본전은 첩첩산중이 될 것 같다'의 경우도 '첩첩산중이 될 것 같다'를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장애가 첩첩하다' 등으로 고쳐야 합니다. '첩첩산중'에 있다면 물론 넘어야 할 산들이야 '첩첩'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은 산속'을 곧바로 '겹겹'의 의미로 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138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815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2917
1232 린치, 신나, 섬머 바람의종 2008.10.29 7114
1231 한참, 한창 바람의종 2008.10.29 7758
1230 나어 집! 바람의종 2008.10.29 6149
1229 영어식 표현 바람의종 2008.10.27 6896
1228 과태료, 벌금, 보상, 배상 바람의종 2008.10.27 7792
1227 깍둑이, 부스럭이 바람의종 2008.10.27 13278
1226 아니다라는 바람의종 2008.10.27 4830
1225 노루 바람의종 2008.10.27 5122
» 첩첩산중 바람의종 2008.10.26 10828
1223 더 이상 바람의종 2008.10.26 5654
1222 ~부터 시작 바람의종 2008.10.26 6446
1221 카키색 바람의종 2008.10.26 9013
1220 릉, 능 바람의종 2008.10.25 8777
1219 갈치, 적다, 작다 바람의종 2008.10.25 8223
1218 주은, 구은, 책갈피 바람의종 2008.10.25 8650
1217 돌쇠 바람의종 2008.10.25 5923
1216 쪽집게, 짜깁기 바람의종 2008.10.24 7929
1215 부딪치다, 부딪히다, 부닥치다 바람의종 2008.10.24 21133
1214 곁불, 겻불 바람의종 2008.10.24 8191
1213 니캉 내캉! 바람의종 2008.10.24 8073
1212 띄어스기 - "데" 바람의종 2008.10.23 11057
1211 띄어스기 - "지" 바람의종 2008.10.23 1030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