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1.02 05:01

당부

조회 수 6687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당부

언어예절

나무라거나 훈계·요청하는 말 앞뒤에서 흔히 ‘당부한다’고 한다. 그런데 ‘당부하는’ 쪽은 실제로 주문하고 당부하느라 ‘당부’란 말을 쓸 겨를이 없다. 관찰자나 제삼자가 써야 자연스러운데, 현실은 좀 다르다. 언론 쪽 논설에서는 ‘당부한다’를, 위정자나 선량들은 연설이나 조사·감사 자리에서 ‘당부드린다’를 즐겨 쓴다.

본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의를 주거나 잊지 않도록 거듭 강조하는 걸 일컬어 ‘당부한다’고 한다. ‘당부드린다’는 ‘당부한다’가 좀 불손하게 느껴져 쓰는 말이지만, 권위와 공손이 어울리지 않아 서로 충돌하고 버성긴다. ‘부탁·상의·공양·인사·말씀+드리다’라면 그나마 어울리는 조합이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억울하게 배제되는 그런 비정규직이 없도록 확실하게 관심을 보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서면으로 좀 해 주시도록 당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당부드립니다’는 상투적이고 하나 마나하며 버성기게 들리므로 그냥 ‘보여주십시오’, ‘~주시기 바랍니다’ 정도로 바꾸는 게 낫겠다.

“국방부 차원에서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할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들의 일괄사표가 국정쇄신의 출발점이 되길 당부한다/ 다시 한번 당부하건대 ….”

권위적이고 낯익은 논설투다. 그러나 참된 ‘권위’는 이런 훈계조의 말투보다 언론 구실을 제대로 하는 데서 나올 터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353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009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5255
1254 올미동이 바람의종 2008.11.11 7688
1253 "뿐"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1.03 9017
1252 구렛나루, 구레나루, 구렌나루 / 횡경막 / 관자노리 바람의종 2008.11.03 8453
1251 생사여탈권 바람의종 2008.11.03 6584
1250 니카마! 바람의종 2008.11.03 6185
1249 떼기, 뙈기 바람의종 2008.11.02 6949
1248 당기다, 댕기다, 땅기다 바람의종 2008.11.02 6408
1247 참가, 참석, 참여 바람의종 2008.11.02 10464
» 당부 바람의종 2008.11.02 6687
1245 미망인 바람의종 2008.11.01 5953
1244 ~과 다름 아니다 바람의종 2008.11.01 8961
1243 나아질른지 바람의종 2008.11.01 5967
1242 바람의종 2008.11.01 7214
1241 결재, 결제 바람의종 2008.10.31 10850
1240 덮혔다, 찝찝하다 바람의종 2008.10.31 12107
1239 끼여들기 바람의종 2008.10.31 9012
1238 돈가스와 닭도리탕 바람의종 2008.10.31 7888
1237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8.10.30 7388
1236 유명세를 타다 바람의종 2008.10.30 7259
1235 신토불이 바람의종 2008.10.30 7382
1234 감장이 바람의종 2008.10.30 6562
1233 꼬시다 바람의종 2008.10.29 766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