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16 04:49

영양과 ‘고은’

조회 수 10378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영양과 ‘고은’

경상북도 영양(英陽)의 옛이름은 고은(古隱)이었다. 한자 뜻을 풀이하면, 산수가 화려하여 선비들이 은둔하기에 좋은 땅쯤 된다. 본디 이 지역은 고구려 우시군(于尸郡)을 신라 경덕왕이 유린(有隣)으로 고치고, 다시 고려 태조가 영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오늘날의 행정구역을 고려한다면 육지의 섬처럼 외져 있으니 ‘고은’이라는 땅이름이 어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양의 옛이름이었던 ‘고은’은 ‘곱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옛말에서는 어두운 홀소리와 밝은 홀소리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곱다’는 현대 국어의 ‘굽다’와 같은 뜻이 된다. 이를 고려할 때 ‘고은’은 ‘곱’에 ‘은’이 붙어 만들어진 이름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한 경우지만 우리말에서 ‘은’이 명사를 파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얼다’라는 말에 ‘은’이 붙어 ‘어른’을 만들어내며, ‘임시로 남의 행랑에 붙어 지내는 사람’을 뜻하는 ‘드난’은 ‘들다’와 ‘나다’를 합친 데에 ‘은’이 붙어 된 말이다.

‘고은’이 ‘굽다’에서 비롯된 말이었음은 영양을 감돌아 흐르는 ‘감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자 땅이름으로 ‘반변천’(半邊川)·곡강(曲江)이라 부르는 이 강을 달리 ‘감내·감들내’라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금장산·백암산·명동산·일월산 등의 산과 장군천·장파천·반변천 등의 하천이 굽이져 만나는 곳이다. 산세와 물이 좋은 땅이므로 ‘굽다’의 다른 의미인 ‘곱다’의 뜻이 강화되어 아름답고 독특한 지역 문화를 일구어 온 셈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2270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79059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3751
    read more
  4. 산오이풀

    Date2008.04.07 By바람의종 Views6820
    Read More
  5. ‘고마미지’와 ‘강진’

    Date2008.04.08 By바람의종 Views7845
    Read More
  6. 일터 말

    Date2008.04.08 By바람의종 Views9270
    Read More
  7. 밸과 마음

    Date2008.04.09 By바람의종 Views8113
    Read More
  8. 비비추

    Date2008.04.10 By바람의종 Views6514
    Read More
  9. 버들과 땅이름

    Date2008.04.10 By바람의종 Views7750
    Read More
  10. 일벗 사이

    Date2008.04.13 By바람의종 Views9629
    Read More
  11. 곧은밸

    Date2008.04.13 By바람의종 Views6368
    Read More
  12. 분꽃

    Date2008.04.14 By바람의종 Views6985
    Read More
  13. 거제의 옛이름 ‘상군’(裳郡)

    Date2008.04.15 By바람의종 Views8360
    Read More
  14. 인사

    Date2008.04.15 By바람의종 Views9594
    Read More
  15. 영양과 ‘고은’

    Date2008.04.16 By바람의종 Views10378
    Read More
  16. 인사말

    Date2008.04.17 By바람의종 Views7012
    Read More
  17. 통장을 부르다

    Date2008.04.17 By바람의종 Views11195
    Read More
  18. 쑥부쟁이

    Date2008.04.19 By바람의종 Views7101
    Read More
  19. 금산과 진내을

    Date2008.04.19 By바람의종 Views6676
    Read More
  20. 나들이

    Date2008.04.20 By바람의종 Views8453
    Read More
  21. 기윽 디읃 시읏

    Date2008.04.20 By바람의종 Views10774
    Read More
  22. 논개

    Date2008.04.21 By바람의종 Views8107
    Read More
  23. 꽃무릇

    Date2008.04.21 By바람의종 Views5894
    Read More
  24. 술이홀과 파주

    Date2008.04.22 By바람의종 Views7292
    Read More
  25. 예식장

    Date2008.04.22 By바람의종 Views664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