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26 15:18

값과 삯

조회 수 5589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값과 삯

‘값’은 남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적에 내놓는 값어치다. 거꾸로,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고 받아내는 값어치기도 하다. 값을 받고 팔거나 값을 치르고 사거나 하는 노릇이 잦아지면서 때와 곳을 마련해 놓고 사람들이 모여서 팔고 샀다. 그 때가 장날이고, 그 곳이 장터다. 닷새 만에 열리는 장날에는 팔려는 것을 내놓는 장수와 사려는 것을 찾는 손님들로 장터가 시끌벅적하다. 값을 올리려는 장수와 값을 낮추려는 손님이 흥정을 할 수 있도록 미리 내놓는 값의 말미가 ‘금’이다. 금을 미리 내놓는 노릇을 ‘금을 띄운다’ 하고, 그렇게 띄워 놓은 금이 ‘뜬금’이다. 뜬금이 있어야 흥정을 거쳐서 값을 매듭지어 거래를 하는데, 금도 띄우지 않고 거래를 매듭지으려 들면 ‘뜬금없는’ 짓이 된다.

‘삯’은 내 것으로 만들며 치르는 ‘값’과는 달리 남 것을 얼마간 빌려 쓰는 데 내놓는 값어치다. ‘찻삯’이나 ‘뱃삯’은 차나 배를 타는 데 치르는 값어치, ‘찻값’이나 ‘뱃값’은 차나 배를 사는 데 치르는 값어치다. 삯에서 종요로운 것은 ‘품삯’이다. ‘품’이란 사람이 지닌 힘과 슬기의 값어치고, 그것을 빌려 쓰고 내는 것이 ‘품삯’이다. 품은 빌려주고 삯을 받기도 하지만 되돌려 받는 ‘품앗이’가 본디 제격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서 품을 팔아 먹고사는 사람을 ‘품팔이’라 하는데, 품을 빌리지 않고 사려면 ‘품삯’이 아니라 ‘품값’을 치러야 한다. 요즘 세상은 거의 모든 사람이 품을 팔아야 살게 되어서 ‘품값’ 때문에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28918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75797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0527
    read more
  4. 사람

    Date2007.12.21 By바람의종 Views6452
    Read More
  5. 미꾸라지

    Date2007.12.21 By바람의종 Views7121
    Read More
  6. 주머니차

    Date2007.12.22 By바람의종 Views7194
    Read More
  7. 우리말 계통

    Date2007.12.22 By바람의종 Views5637
    Read More
  8. 누다와 싸다

    Date2007.12.23 By바람의종 Views7522
    Read More
  9. 깍두기

    Date2007.12.23 By바람의종 Views6418
    Read More
  10. 된장녀

    Date2007.12.24 By바람의종 Views6523
    Read More
  11. 언어 대국, 인도

    Date2007.12.24 By바람의종 Views6976
    Read More
  12. 웃음

    Date2007.12.26 By바람의종 Views7204
    Read More
  13. 값과 삯

    Date2007.12.26 By바람의종 Views5589
    Read More
  14. 벵갈말

    Date2007.12.27 By바람의종 Views6276
    Read More
  15. 알바

    Date2007.12.27 By바람의종 Views7197
    Read More
  16. 막바로

    Date2007.12.28 By바람의종 Views7919
    Read More
  17. 가을하다

    Date2007.12.28 By바람의종 Views6769
    Read More
  18. 개보름

    Date2007.12.29 By바람의종 Views7032
    Read More
  19. 다르다와 틀리다

    Date2007.12.29 By바람의종 Views6900
    Read More
  20. 꽈리

    Date2007.12.30 By바람의종 Views10399
    Read More
  21. 교육과 새말

    Date2007.12.30 By바람의종 Views6592
    Read More
  22. 체로키 글자

    Date2007.12.31 By바람의종 Views5987
    Read More
  23. 억수

    Date2007.12.31 By바람의종 Views6479
    Read More
  24. 뫼와 갓

    Date2008.01.02 By바람의종 Views6968
    Read More
  25. 메뚜기

    Date2008.01.02 By바람의종 Views629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