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8 01:45

빌레와 바위

조회 수 6766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빌레와 바위

제주의 땅이름 형태는 뭍과 다른 점이 많다. ‘빌레’는 제주말로 ‘너럭바위’를 뜻한다. 남제주 대정 지역의 ‘넙은빌레·빌레못·답단빌레’ 등은 너럭바위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 ‘빌레’의 표준형은 ‘별내’다. 별내는 비탈을 뜻하는 ‘별’에 ‘장소’ 또는 ‘물’을 뜻하는 ‘내’가 합쳐 된 말이다. 제주에서만 ‘빌레’가 나타나 낯선 땅이름처럼 보인다.

땅이름 변화에는 지역에 따른 말소리 차이가 큰 영향을 끼친다. 고개를 뜻하는 ‘모르’나 ‘머르’,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 나온 뭍을 뜻하는 ‘고지·코지’와 같은 말들도 받침이 없는 형태인데, 이는 제주말의 소리마디에 받침을 잘 안 쓰거나 유성음을 많이 쓰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제주 방언에는 ‘르·앙·엉’으로 끝나는 명사가 많다. 또 뭍과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던 탓에 이 지역 말에는 옛말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특징이다.

비탈의 ‘별’과 낭떠러지의 ‘낭’이 합쳐져 ‘벼랑’을 이루듯, 비탈진 곳의 바위만을 별도로 ‘빌레’라고 부른 것은 땅이름의 지리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셈이다. 제주에서 빌레와 바위는 유의어로 쓰이는데, 바위는 간혹 ‘방구·방귀’로 불리기도 한다. 바위가 많은 마을인 남원읍 신흥리는 ‘방구령’이라고 불렸다. 이 말은 생리현상인 방귀를 연상하게 하므로, 한자 표기에 거북 구를 쓰다가, 아예 신흥리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바꿨다. 마을 서남쪽에 앞빌레가 서 있는데도 생소한 땅이름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보여준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28917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75789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0512
    read more
  4. 가시집

    Date2008.03.15 By바람의종 Views7189
    Read More
  5. 매발톱꽃

    Date2008.03.16 By바람의종 Views7647
    Read More
  6. 삿갓봉과 관악산

    Date2008.03.16 By바람의종 Views7747
    Read More
  7. 촌수

    Date2008.03.16 By바람의종 Views8173
    Read More
  8. 따발/따발총

    Date2008.03.16 By바람의종 Views7382
    Read More
  9. 별꽃

    Date2008.03.16 By바람의종 Views5978
    Read More
  10. 빌레와 바위

    Date2008.03.18 By바람의종 Views6766
    Read More
  11. Date2008.03.18 By바람의종 Views6391
    Read More
  12. 입뇌리·물퉁게

    Date2008.03.18 By바람의종 Views10018
    Read More
  13. 족두리꽃

    Date2008.03.19 By바람의종 Views7076
    Read More
  14. 진고개와 긴고개

    Date2008.03.20 By바람의종 Views7227
    Read More
  15. 어버이

    Date2008.03.20 By바람의종 Views7457
    Read More
  16. 단고기

    Date2008.03.20 By바람의종 Views7267
    Read More
  17. 엉겅퀴

    Date2008.03.22 By바람의종 Views5335
    Read More
  18. 오랫도리

    Date2008.03.22 By바람의종 Views7803
    Read More
  19. 임·님

    Date2008.03.24 By바람의종 Views10494
    Read More
  20. 수표

    Date2008.03.24 By바람의종 Views7213
    Read More
  21. 쐐기풀

    Date2008.03.24 By바람의종 Views6308
    Read More
  22. 구미와 곶

    Date2008.03.25 By바람의종 Views6980
    Read More
  23. 아줌마·아지매

    Date2008.03.25 By바람의종 Views11812
    Read More
  24. 꽝포쟁이

    Date2008.03.25 By바람의종 Views7702
    Read More
  25. 범꼬리

    Date2008.03.27 By바람의종 Views632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