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9 15:46

날래다와 빠르다

조회 수 7169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날래다와 빠르다

그림씨(형용사) 낱말은 본디 느낌을 드러내는 것이라 뜻을 두부모 자르듯이 가려내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런 그림씨 낱말은 뜻 덩이로 이루어진 한자말이 잡아먹을 수가 없어서 푸짐하게 살아남아 있는데, 우리는 지난 세기 백 년 동안 소용돌이치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선조들이 물려준 이런 토박이말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 그래서 뒤죽박죽 헷갈려 쓰는 바람에 힘센 낱말이 힘 여린 낱말을 밀어내고 혼자 판을 치게 되고, 그러니 고요히 저만의 뜻과 느낌을 지니고 살아가던 낱말들이 터전을 빼앗기고 적잖이 밀려났다. ‘날래다’와 ‘이르다’도 육이오 즈음부터 ‘빠르다’에 밀려서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낱말들이다. 우리네 정신의 삶터가 그만큼 비좁아지는 것이다.

‘빠르다’는 그냥 시간의 흐름에 쓰는 말이고, ‘날래다’는 움직임에 걸리는 시간의 흐름에 쓰는 말이고, ‘이르다’는 잣대를 그어놓고 시간의 흐름에 쓰는 말이다. ‘빠르다’는 ‘더디다’와 마주 짝을 이루어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가려서 쓰고, ‘날래다’는 ‘굼뜨다’와 마주 짝을 이루어 움직임에 걸리는 시간의 짧기와 길기를 가려서 쓰고, ‘이르다’는 ‘늦다’와 마주 짝을 이루어 잣대로 그어놓은 시간의 흐름에서 먼저인가 다음인가를 가려서 썼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빠르다’가 움직임에 걸리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날래다’의 터전으로 슬슬 밀고 들어오면서 ‘느리다’를 짝으로 삼아 ‘굼뜨다’까지 밀어내며 들어왔다. 요즘은 이들 짝이 ‘이르다’와 ‘늦다’의 터전으로도 밀고 들어온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299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4481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8Jan
    by 바람의종
    2008/01/28 by 바람의종
    Views 8485 

    마니산과 머리

  5.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21551 

    색깔이름

  6.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8286 

    비갈망

  7.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7169 

    날래다와 빠르다

  8.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08/01/30 by 바람의종
    Views 9013 

    개불알꽃

  9.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08/01/30 by 바람의종
    Views 10016 

    한뫼-노고산

  10.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08/01/30 by 바람의종
    Views 9095 

    중앙아시아 언어들

  11. No Image 31Jan
    by 바람의종
    2008/01/31 by 바람의종
    Views 7330 

    아시저녁·아시잠

  12. No Image 31Jan
    by 바람의종
    2008/01/31 by 바람의종
    Views 6777 

    까닭과 때문

  13. No Image 31Jan
    by 바람의종
    2008/01/31 by 바람의종
    Views 9671 

    으악새

  14.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8618 

    별내와 비달홀

  15.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7251 

    아랍말과 히브리말

  16.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8582 

    무릎노리

  17.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7326 

    올림과 드림

  18.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7833 

    ‘돌미’와 ‘살미’

  19.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8/02/02 by 바람의종
    Views 8721 

    아프리카의 언어들

  20.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8/02/02 by 바람의종
    Views 9559 

    괴다와 사랑하다

  21.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8/02/02 by 바람의종
    Views 7945 

    뚱딴지

  22. No Image 03Feb
    by 바람의종
    2008/02/03 by 바람의종
    Views 7830 

    물과 땅이름

  23. No Image 03Feb
    by 바람의종
    2008/02/03 by 바람의종
    Views 6773 

    라틴말의 후예

  24. No Image 03Feb
    by 바람의종
    2008/02/03 by 바람의종
    Views 7172 

    가닥덕대

  25. No Image 04Feb
    by 바람의종
    2008/02/04 by 바람의종
    Views 8034 

    마개와 뚜껑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