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8 15:05

한소끔과 한 움큼

조회 수 6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소끔과 한 움큼

신혼 시절, 찌개라도 한번 끓이려면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너 댓 번은 했다. “뭉근하게 오래 끓여야 맛이 우러난다.” “그건 팔팔 끓여야 되는 거야.” “한소금 끓으면 바로 건져내.” 불 조절이 요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때 다른 건 알겠는데 ‘한소금’이 얼마만큼인지는 정확하게 감이 오질 않았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거품이 한번 부르르 올라올 때까지’가 ‘한소금’이란다. 그런데 ‘한소금’을 사전에 찾으니 나오지 않는다. ‘한소쿰’ 혹은 ‘한소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소끔’이 표준어다.

‘한소끔’은 ‘한번 끓어오르는 모양’을 말한다. 조리법에서는 ‘새로운 재료를 넣은 뒤에 그 재료가 다시 한 번 끓을 정도의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밥이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야 한다’와 같이 쓸 수 있다. ‘한소끔’은 또 ‘일정한 정도로 한차례 진행되는 모양’이라는 뜻도 있다. ‘한소끔 잤다’라고 하면 ‘한숨 잤다’는 뜻이 된다. ‘한소끔 되게 앓았다’고 하면 ‘한차례 심하게 아팠다’는 뜻이다.

‘한 움큼’이라는 말도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이다. ‘움큼’의 발음이 쉽지 않기 때문인지 ‘웅큼’이라고 쓰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움큼’은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아이가 과자를 한 움큼 집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근거는 없지만 ‘움켜쥘 만큼’이 줄어서 ‘움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말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단어를 소리 내는 것만으로 신기하게도 모양이나 소리, 느낌까지 그대로 연상이 될 때다. ‘한소끔’과 ‘한 움큼’도 나에게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연구부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544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6830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5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5.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17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6.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47 

    서거, 별세, 타계

  7.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48 

    ‘수놈’과 ‘숫놈’

  8. No Image 03Sep
    by 風文
    2021/09/03 by 風文
    Views 521 

    잡담의 가치

  9.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525 

    공공 재산, 전화

  10. No Image 20Dec
    by 風文
    2023/12/20 by 風文
    Views 533 

    어떤 반성문

  11.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534 

    말의 권모술수

  12.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546 

    무제한 발언권

  13. No Image 03Jan
    by 風文
    2024/01/03 by 風文
    Views 548 

    내일러

  14.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554 

    상투적인 반성

  15. No Image 18Dec
    by 風文
    2023/12/18 by 風文
    Views 558 

    가짜와 인공

  16. No Image 02Jan
    by 風文
    2024/01/02 by 風文
    Views 559 

    아주버님, 처남댁

  17.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567 

    법률과 애국

  18.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568 

    정치인들의 말

  19.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570 

    악담의 악순환

  20.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574 

    군인의 말투

  21. No Image 20Sep
    by 風文
    2022/09/20 by 風文
    Views 578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22. No Image 22Dec
    by 風文
    2023/12/22 by 風文
    Views 578 

    '-시키다’

  23. No Image 02Jan
    by 風文
    2024/01/02 by 風文
    Views 580 

    한 두름, 한 손

  24. No Image 25May
    by 風文
    2022/05/25 by 風文
    Views 582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25.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583 

    또 다른 공용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