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4 11:18

‘개덥다’고?

조회 수 7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덥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날씨를 일러 젊은이들은 ‘개덥다’고 한다. ‘아주 덥다’는 뜻이다. ‘개(-)’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9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카피에서 ‘개고생’은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을 뜻하는 말인데, 실질적으로는 비속어에 가깝다. 이때의 ‘개-’는 ‘개수작’, ‘개망신’, ‘개지랄’ 등처럼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주로 ‘수작’, ‘망신’, ‘지랄’ 등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몇몇 말(명사) 앞에 붙는다.

이 광고 이후로 ‘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개이익’처럼 명사뿐만 아니라 ‘개덥다’, ‘개싫다’, ‘개예쁘다’, ‘개웃기다’ 등처럼 동사, 형용사 앞에도 ‘개’를 붙여 쓰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때의 ‘개덥다’의 ‘개’는 ‘개고생’의 ‘개’와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개고생’의 ‘개’가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 어울리는 데 반해, ‘개덥다’의 ‘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도 어울릴 수 있다. ‘개덥다’의 ‘개’는 현재 유행어로서, 표준어가 아니다.

내 제자들도 스스럼없이 ‘개덥다’, ‘개웃기다’ 등의 ‘개’를 남발한다.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나에게 ‘개(-)’는 비속어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이 아무 때나 이런 유행어를 남발하는 게 부적절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 또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31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16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946
3234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718
3233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719
3232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722
3231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727
3230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727
3229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727
3228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727
3227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730
3226 ○○노조 風文 2022.12.26 732
3225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734
3224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737
3223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738
3222 언어의 혁신 風文 2021.10.14 739
3221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739
3220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741
3219 ‘이’와 ‘히’ 風文 2023.05.26 742
3218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743
3217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743
3216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744
3215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745
3214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745
3213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74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