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3 03:14

물과 땅이름

조회 수 7862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물과 땅이름

물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생명과 다름이 없다. 땅을 기름지게 하고, 곡식을 자라게 하며, 늘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바탕이 물이다. 흔히 종교 행사로 치르는 ‘세례’ 또한 인간의 죄를 씻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균여전>의 ‘항순중생가’에도 ‘대비 물로 적시어 이울지(시들지) 아니하겠더라’라는 시구가 나온다.

땅이름에 물과 관련된 것은 매우 많다. ‘물’의 옛말은  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수성군’(매홀군), ‘매소홀현’(미추홀), ‘수곡성현’(매탄홀), ‘이천현’(이진매현)에 포함된 ‘매’(買)는 모두 ‘물’을 표기한 보기들이다. 그런데 이 낱말의 음은 산을 나타내는 ‘뫼’와 유사하며, 들을 나타내는   와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을 뜻하는  가, 산이나 들의 ‘뫼’와   처럼 ‘미’로 변화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그런데 이 낱말은 ‘미’로 변화하지 않고, ‘믈’을 거쳐 ‘물’로 변화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해답은 언어 변화의 기능 부담과 관련지어 풀이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하나의 낱말 형태가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담당할 경우, 서로 다른 꼴로 나타내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산’과 ‘들’, 그리고 ‘물’을 모두 ‘미’로 일컫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는 달리 ‘나리’에서 온 ‘내’는 오랫동안 땅이름에 남는다. 예를 들어 ‘모래내’, ‘연신내’, ‘오목내’처럼, 물줄기를 뜻하는 ‘내’는 오늘날에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땅이름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5796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2279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7207
    read more
  4. 마개와 뚜껑

    Date2008.02.04 By바람의종 Views8060
    Read More
  5. 가닥덕대

    Date2008.02.03 By바람의종 Views7218
    Read More
  6. 라틴말의 후예

    Date2008.02.03 By바람의종 Views6795
    Read More
  7. 물과 땅이름

    Date2008.02.03 By바람의종 Views7862
    Read More
  8. 뚱딴지

    Date2008.02.02 By바람의종 Views7967
    Read More
  9. 괴다와 사랑하다

    Date2008.02.02 By바람의종 Views9593
    Read More
  10. 아프리카의 언어들

    Date2008.02.02 By바람의종 Views8744
    Read More
  11. ‘돌미’와 ‘살미’

    Date2008.02.01 By바람의종 Views7862
    Read More
  12. 올림과 드림

    Date2008.02.01 By바람의종 Views7345
    Read More
  13. 무릎노리

    Date2008.02.01 By바람의종 Views8603
    Read More
  14. 아랍말과 히브리말

    Date2008.02.01 By바람의종 Views7276
    Read More
  15. 별내와 비달홀

    Date2008.02.01 By바람의종 Views8634
    Read More
  16. 으악새

    Date2008.01.31 By바람의종 Views9702
    Read More
  17. 까닭과 때문

    Date2008.01.31 By바람의종 Views6807
    Read More
  18. 아시저녁·아시잠

    Date2008.01.31 By바람의종 Views7350
    Read More
  19. 중앙아시아 언어들

    Date2008.01.30 By바람의종 Views9121
    Read More
  20. 한뫼-노고산

    Date2008.01.30 By바람의종 Views10090
    Read More
  21. 개불알꽃

    Date2008.01.30 By바람의종 Views9041
    Read More
  22. 날래다와 빠르다

    Date2008.01.29 By바람의종 Views7201
    Read More
  23. 비갈망

    Date2008.01.29 By바람의종 Views8335
    Read More
  24. 색깔이름

    Date2008.01.29 By바람의종 Views21583
    Read More
  25. 마니산과 머리

    Date2008.01.28 By바람의종 Views851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