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7 05:15

모시는 글

조회 수 16930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모시는 글

언어예절

청첩이 곧 ‘모시는 글, 모시는 말씀’이다. 초대장·초청장·청첩장으로 많이 쓰고, 청장·청찰이라고도 한다. ‘청첩장’은 ‘청첩’에 ‘장’이 붙어 겹친 말이 되었다. ‘첩’이나 ‘장’이나 공문서를 뜻하던 말이다.

삶에서 큰 일로 치는 성년(冠), 혼인(婚), 초상(喪), 제사(祭)를 두고도 두루 생각과 격식이 무척 바뀌고 흐려졌다. 허례허식 추방을 외치며 만든 ‘가정의례준칙’(대통령령)이 오히려 빛좋은 개살구가 될 지경이다. 전화·인터넷 따위 온갖 전달·소통 매체의 발달로 글발 양식이 달라져 간다. 한마디로 가볍고 어지럽다.

종이에 적어 주고받는 청첩장도 글틀이 어지럽다. 혼례 청첩은 집안 어른(부모) 쪽에서 내는 게 이치에 맞다. 상황 따라 혼인 당사자, 친구·친지·주례 등 제3자, 신랑 또는 신부 부모 쪽에서 따로, 양가에서 아울러 청첩할 때 등에 따라 글틀이 다른 게 마땅하다.

저마다 귀하디 귀한 혼례식을 올리면서 손님을 모신다며 하는 말이 조리가 서지 않고 청하는 주체가 흐릿하다면 정작 예식에 참례할 마음이 날 턱이 없다. 봉투에 모시는 이도 모심을 받는 이도 밝히지 않은 청첩장까지 나돈다. 큰일에 판박이 청첩이라니.

한 보기로 ‘주례’가 혼례 청첩을 한다면, 혼인 당자 어버이 이름, 신랑신부 이름을 밝히고서 “두 집안 어른이 가리시고 본인들 두루 백년을 함께할 뜻이 서서 여러 어른과 벗을 모신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자 하오니, 부디 오시어 빛을 베푸시옵고 보잘것없는 다과나마 즐겨 드소서” 정도로 모시는 글을 쓸 수 있을 터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5805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2283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7207
    read more
  4. 벌개미취

    Date2008.05.05 By바람의종 Views6723
    Read More
  5. 금덩이·은덩이

    Date2008.05.05 By바람의종 Views10346
    Read More
  6. 갑작사랑

    Date2008.05.05 By바람의종 Views7140
    Read More
  7. 떡값

    Date2008.05.03 By바람의종 Views6599
    Read More
  8. 실레마을과 시루

    Date2008.05.03 By바람의종 Views7499
    Read More
  9. 다정큼나무

    Date2008.05.01 By바람의종 Views8605
    Read More
  10. 망이·망쇠

    Date2008.05.01 By바람의종 Views9268
    Read More
  11. 갑작힘

    Date2008.04.30 By바람의종 Views7884
    Read More
  12. 궂긴소식

    Date2008.04.30 By바람의종 Views8579
    Read More
  13. 패수와 열수

    Date2008.04.29 By바람의종 Views10092
    Read More
  14. 각시취

    Date2008.04.29 By바람의종 Views6935
    Read More
  15. 터물·더믈

    Date2008.04.28 By바람의종 Views7721
    Read More
  16. 예비

    Date2008.04.28 By바람의종 Views7401
    Read More
  17. 모시는 글

    Date2008.04.27 By바람의종 Views16930
    Read More
  18. 공암진

    Date2008.04.27 By바람의종 Views7489
    Read More
  19. 솔체꽃

    Date2008.04.26 By바람의종 Views7492
    Read More
  20. 오마대·기림대·오고타이

    Date2008.04.26 By바람의종 Views7479
    Read More
  21. 설둥하다

    Date2008.04.25 By바람의종 Views6800
    Read More
  22. 위례성과 아리수

    Date2008.04.24 By바람의종 Views8580
    Read More
  23. 나비나물

    Date2008.04.24 By바람의종 Views5705
    Read More
  24. 가히·논개②

    Date2008.04.23 By바람의종 Views9445
    Read More
  25. 낙지와 오징어

    Date2008.04.23 By바람의종 Views874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