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5 03:05

옮김과 뒤침

조회 수 8031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옮김과 뒤침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요즘 흔히 ‘옮김’이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언해’ 또는 ‘번역’이라 했다. 아직도 ‘번역’ 또는 ‘역’이라 적는 사람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본뜨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해’든 ‘번역’이든 ‘역’이든 이것들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지만 ‘옮김’은 우리말이라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옮김’은 무엇을 있는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자리바꿈하는 것이다. 거기서 ‘발걸음을 옮기다’, ‘직장을 옮기다’, ‘말을 옮기다’, ‘모종을 옮기다’, ‘눈길을 옮기다’, ‘실천에 옮기다’ 같은 데로 뜻이 넓혀지지만 언제나 무엇을 ‘있는 그대로’ 자리바꿈하는 뜻으로만 써야 한다.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을 우리는 ‘뒤침’이라 했다. 글말로는 ‘언해·번역’이라 썼지만 입말로는 ‘뒤침’이었다고 본다. ‘뒤치다’를 국어사전에는 “자빠진 것을 엎어놓거나, 엎어진 것을 젖혀놓다” 했으나 그것은 본디 뜻이고, 그런 본디 뜻에서 “하나의 말을 또 다른 말로 바꾸어놓는 것”으로 넓혀졌다. 어릴 적에 나는 서당 선생님이 “어디 한 번 읽어 봐” 하시고, 또 “그럼 어디 뒤쳐 봐” 하시는 말씀을 늘 들었다. ‘뒤쳐 보라’는 말씀은 가끔 ‘새겨 보라’고도 하셨는데, ‘새기라’는 말씀은 속살을 알아들을 만하게 풀이하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뒤치라’는 것과 조금은 뜻이 달랐다. 어린 시절 나는 ‘읽다’와 더불어 ‘뒤치다’, ‘새기다’, ‘풀이하다’ 같은 낱말을 서로 다른 뜻으로 쓰면서 자랐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6980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3482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8524
    read more
  4. 우리말 계통

    Date2007.12.22 By바람의종 Views5785
    Read More
  5. 주머니차

    Date2007.12.22 By바람의종 Views7411
    Read More
  6. 미꾸라지

    Date2007.12.21 By바람의종 Views7303
    Read More
  7. 사람

    Date2007.12.21 By바람의종 Views6654
    Read More
  8. 개구지다

    Date2007.12.20 By바람의종 Views8474
    Read More
  9. 만주말 지킴이 스쥔광

    Date2007.12.20 By바람의종 Views7328
    Read More
  10. 도우미

    Date2007.12.18 By바람의종 Views8116
    Read More
  11. 고구마

    Date2007.12.18 By바람의종 Views8700
    Read More
  12. 가시버시

    Date2007.12.17 By바람의종 Views7369
    Read More
  13. 궁시렁궁시렁

    Date2007.12.17 By바람의종 Views6919
    Read More
  14. 토족말 지킴이 챙고츠

    Date2007.12.16 By바람의종 Views6842
    Read More
  15. 새말의 정착

    Date2007.12.16 By바람의종 Views7353
    Read More
  16. 다슬기

    Date2007.12.15 By바람의종 Views8655
    Read More
  17. 옮김과 뒤침

    Date2007.12.15 By바람의종 Views8031
    Read More
  18. 꿍치다

    Date2007.12.14 By바람의종 Views9228
    Read More
  19. 말과 나라

    Date2007.12.14 By바람의종 Views6695
    Read More
  20. 뒷담화

    Date2007.12.13 By바람의종 Views7022
    Read More
  21. 부추?

    Date2007.12.13 By바람의종 Views6166
    Read More
  22. 우리와 저희

    Date2007.12.12 By바람의종 Views8337
    Read More
  23. 다방구

    Date2007.12.12 By바람의종 Views8885
    Read More
  24. 몽골말과 몽골어파

    Date2007.11.10 By바람의종 Views9540
    Read More
  25. 훈훈하다

    Date2007.11.09 By바람의종 Views1319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