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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말과 소통

신조어는 새로 만든 말이다. 그래서 신조어에는 새로운 지식이나 문제의식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들이 대개는 지식인이었다. 그들이 학습 기회와 매체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든지 매체를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새말을 만들어 퍼뜨릴 수 있게 되었다. 단지 누군가가 그 신조어에 호응만 해준다면 말이다.

신조어는 대개 젊은층이 잘 만들어낸다. 종종 중장년층도 젊은층의 언어에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말을 따라 쓰면서 마치 젊음이 오래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닌가 한다. 반면에 젊은층은 중년 이상의 언어를 기피한다.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가면 젊은 사람들의 어휘도 또 따분해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젊은이들한테 외면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언어의 역사는 진행된다.

옛날에는 젊은 세대가 끊임없이 기성세대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사회구조가 유지되었다. 그러한 사회적 소통망이 사회의 위계질서를 지속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 위상이 뒤바뀌고 있다. 노령세대가 젊은이들의 언어와 중장년의 어휘를 부지런히 배워야 생존이 가능한 시기가 온 것이다. 또 그래야 건강한 생존이 가능해졌다. 주도 세력이 상대적으로 더 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신조어가 새로운 지식과 문제의식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속상함과 같은 감성적 요소도 대단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간의 이해와 소통을 위해서라도 기성세대가 젊은층의 신조어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둘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이 사회통합을 위한 소통망 강화에 함께 동참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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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공부 성찰

퍽 오래전에 국어에 대한 재미있는 조사가 하나 나왔다. 서울 사는 학생들에게 ‘서울’의 반대말이 뭐냐고 물었더니 다수가 ‘시골’이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대구에 있는 학생들한테 ‘서울’의 반대말이 뭐냐고 물었더니 대다수가 ‘대구’라고 답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렸을까? 아무도 틀리지 않았다.

이 조사는 반대말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문화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니 국어공부는 밑줄 치고 외우는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하는 연습을 더불어 하는 게 옳다. 아버지의 반대말은 어머니인지 아들인지 아니면 딸인지? 땅의 반대는 하늘인가 바다인가? 살펴보면 대칭의 짝이 모두 반대말이 되는 것도 아니다.

좀 더 사회적인 주제를 골라 보자. ‘남자’의 반대는 ‘여자’일까? 혹시 생각을 비틀어서 ‘남자’와 ‘여자’를 비슷한말로 보면 안 될까? 또 더 나아가 ‘남자’와 ‘수컷’을 비슷한말이 아닌 반대말로 보면 안 될까?

사실 남자와 여자는 신체의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같다. 그런데 우리 습관에는 서로 반대인 것 같다. 또 남자와 수컷은 성격의 몇 군데를 빼놓고는 같은 점이 별로 없다. 그런데 보통 비슷한 것처럼 생각된다. 결국 반대말이냐 비슷한말이냐 하는 것은 실체가 아닌 문화적 관념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늘 다듬어 써야 한다.

최근에 저서에서 특히 남녀 관계의 표현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 몇몇 유명인사들의 글에서는 반짝이는 재치와 도발 정신이 돋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질타를 받은 것은 세상이 그들을 곡해하는 면보다는 그들이 변화한 언어적 감수성을 담아내지 못한 면이 많은 것 같다. 말은 늘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맞추어 벼려서 써야 한다. 그것이 평생 해야 할 국어공부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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