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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절망합니까 - 정문술
 


      사업은 외로운 예술창작이다 - 창조 경영

     자네 복싱 좋아하나?

  나는 권투를 좋아한다. 프로권투 신인왕전에 매번 참가한다는 어느 중년의 의사처럼 내가 직접 권투를 즐긴다는 뜻은 아니다. 이렇다할 경기라면 그저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정도의 권투팬 이라는 이야기이다. 요즘이야 농구다 야구다 해서 복싱팬들이 많이 줄었지만 몇 년 전가지만 해도 문성길, 유명우 같은 유망주들의 경기가 제법 인기를 끌었다. 대기업에서 멀쩡하게 직장생활 잘하던 후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무실로 찾아와서는 창업을 하겠다며 조언을 구했다. 반도체에 재활용 사업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름대로 시장조사도 자세하게 해보고 여기저기 견학도 꽤 다닌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엉뚱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자네 복싱 좋아하나?"

  내가 조언을 해줘야 한다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영자라면 권투에 임하는 복서들의 마음가짐을 배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복싱은 특히 기업경영과 닮아 있는 스포츠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지게 되는 기대감이나 의욕은 모두가 똑같다. 다만 절망과 고독을 함께 준비하고 잇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그것이었다.

 늦깎이 사업가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틈새를 개척하는 '거꾸로 경영'이란 말 그대로 동지가 없는 외로운 실험이다. 모든 것은 나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완전히 내 몫이다. 복서의 고독한 투혼을 배워야 버틸 수 있다. 거꾸로 경영이란 그런 것이다. 성공한 선배에게 그럴 듯한 경영 노하우라도 얻어들을까 싶어 찾아왔을 그 친구가 의아스런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나는 권투 이야기를 계속했다.

 "다른 스포츠라면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별룬데, 권투 하나는 무지 좋아하네."
  "...."

  사각링은 복서들에게 천국이며 지옥이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승리하며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패배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권투이다. 물론 무승부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선수들은 아무런 도움도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상대방과 싸우고 자신과 싸워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항상 승리와 패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중간한 생존에 만족하는 경영자라면 그는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기술개발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벤처기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기술개발에 차선은 없다. 벤처기업은 항상 남들보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투에 임한 복서들처럼 오직 승리 아니면 패배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시작부터 실패를 염두에 두는 경영자는 적다.

  "코너에서 매니저가 아무리 약을 써보게. 매니저는 결국 아무 것도 몰라. 당장 나는 피 튀기며 싸우고 있는데 제까짓 것들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귀에 들어오지도 않아. 그런 소리나 듣고 있다간 한 순간에 쓰러져. 언제나 혼자라는 걸 명심하게. 외롭고 고통스럽지. 더구나 자넨 늙은 복서 아닌가. 쓰러트릴 확률보다는 스러질 확률이 더 많겠지. 자네도 사업을 하려면 권투를 자주 보게."

  내가 권투경기를 통해 지켜보고 있는 것은 복서들의 주먹질이 아니다. 복서들은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며 주먹을 날리지만, 결국 그들은 스스로의 고독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승세를 타고 있을지라도 복서들의 얼굴은 항상 절망과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 1라운드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둘 중 하나가 쓰러질 때까지 그들은 각각 혼자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행복한 혼자가 아니라 아주 고통스러운 혼자인 것이다. '거꾸로 경영'이란 말 그대로 동지가 없는 외로운 실험이다. 모든 것은 나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완전히 내 몫이다. 복서의 고독과 투혼을 배워야 버틸 수 있다. 복서들은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며 주먹을 날리지만, 결국 그들은 스스로의 고독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벤처는 고독한 것

  나는 평소에 과묵한 편이다. 특히 집에 있을 적에는 거의 말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아내와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도 재미있어 하는 나의 모습이 있다. 권투경기를 시청할 대의 내 모습이다. 유독 권투경기를 볼 때만은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헛손질을 하거나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게 된다. 경기가 끝나면 나는 제일 먼저 화장실을 찾는다. 가족들 얼굴 보기 무안하기 때문이다. 내가 프로권투를 보면서 쉽게 흥분하는 것은 나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 판의 권투시합은 내가 걸어온 길고 걸어가야 할 길은 요약 판이다. 경영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외로움이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을 때나 어떤 어려움이 닥쳐올 때, 경영자들은 세상에 오직 나 혼자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어떠한 조언과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독을 참는 능력이라는 것은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찾아내는 능력과도 같은 말이다. 쓸모 없는 고난은 없는 법이다 .어떠한 고난을 통해서라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얻고 배우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도 참고 견뎌낸 다음의 이야기이다. 나에게 경영자의 제1덕목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고독을 참는 능력을 말하겠다.  창업과 관련해서 내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은 대개 벤처라는 것을 오해하고 있다. 벤처사업이라는 것을 아이디어와 순발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떼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런 조급한 생각으로 벤처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모험심만 가지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적다. 정작 필요한 것은 진득한 지구력과 인내심이다. 앞으로 닥쳐올 엄청난 양의 환난과 고독을 참고 견디면서도 언제나 난간과 희망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벤처리더인 것이다.

  권투는 또한 우리들에게 인내가 최선이라는 점을 가르쳐준다. 조급한 생각으로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면 헛손질이 많아 힘이 빠지게 되고, 결국은 케이오(K.O.)는커녕 오히려 상대방의 기습에 당하기 십상이다. 다소 지루하더라도 정석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잽을 무시하고 큰 손짓만 좋아하는 권투선수들은 케이오 당할 확률이 높다. 욕심 때문에 허점이 생기는 것이다. 벤처사업을 한다는 친구들은 '대박 한번 터져야 할 텐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 '대박'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꾸준한 기술축적과 인재양성에 진자 대박이 나온다. 조급하고 욕심이 많을수록 제 스스로 쓰러질 확률이 높다.

  "왜 돈 좀 벌었다고 외제차 굴리면서 룸살롱이나 다니는 젊은 친구들 있잖나. 소위 벤처사업 한다는 친구들이 재수 좋게 돈 좀 벌고 나면 다 그리 되는 거지. 언제 카운터 펀치가 날아올지 모르는 건데 말야. 사업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안도하면 안 되네. 권투나 사업이나 안정은 없는 거라고 생각하게."

  그 친구는 나로부터 구체적인 창업정보라고는 눈꼽만치도 얻어 가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 준 셈이었다. 그는 그로부터 얼마 후 실제로 회사를 차렸고 한동안은 제법 잘 나간다는 소문도 들렸다. 얼마 후 어느 강연장에 연사로 참가했다가 그를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고 나자 그는 습관처럼 IMF타령을 쏟아내었다. 죽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때 권투 얘기만 하시길래 좀 시큰둥했습니다. 이제야 사장님 말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께서 해주신 권투 얘기가 이런 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사업에 안정이란 없다. 긴장을 풀고 방심하는 순간 카운터 펀치는 예외 없이 날아든다. 끝없는 도전과 승부 욕만이 기업을 살게 한다. 상대를 케이오시키거나 마지막 공이 울릴 때까지 권투선수들은 안심할 수 없다. 케이오승이나 마지막 공은 기업인들에게 죽는 순간을 의미한다. 죽는 순간까지 기업인은 항상 위험하다. 눈앞의 알량한 성공을 부정하고 기꺼이 고난을 기다려라. 벤처란 늘 고독한 것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진득한 지구력과 인내심이다. 앞으로 닥쳐올 엄청난 양의 환난과 고독을 참고 견디면서도 언제나 낙관과 희망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벤처리더인 것이다. 사업에 안정이란 없다. 긴장을 풀고 방심하는 순간 카운터 펀치는 예외 없이 날아든다. 끝없는 도전과 승부 욕만이 기업을 살게 한다. 벤처란 늘 고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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