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17 21:00

짜장면과 오뎅

조회 수 11252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짜장면과 오뎅

“…감기약이 많이 독했으면 싶어요/ 술 취한 것처럼 아주 깊은 잠이 들어야/ 새벽에 말도 없이 찾아온 헤어짐의 기억이/ 나쁜 꿈일 뿐이라고 날 속일 수 있으니….” <감기 때문에>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이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심정을 담고 있지만 이른바 ‘19금 딱지’ 대상으로 논란이 된 노래이다. 노랫말에 ‘유해 약물’인 ‘술’과 ‘향정신성 의약품’인 ‘감기약’이 들어 있다는 게 쟁점이었다. 이런 엉뚱한 일이 예전에도 있었다.

“떡볶이와 오뎅을 파는 아줌마/ 순대와 튀김은 팔지 않아요/ 사람들은 맛나는 떡볶이만 먹고/ 오뎅은 왜 그런지 팔리지 않아….” 이 곡의 제목은 <떡볶이와 오뎅>이다. 이 노래는 방송사 자체 심의에 걸려 방송 금지곡이 되었다. 내용은 천진하기 그지없는 이 노래가 금지곡이 된 건 ‘오뎅’ 때문이었다. 당시 가요 심의를 했던 심의위원들은 “‘오뎅’은 방송언어로 부적절하다”며 음반사와 가수 쪽이 낸 재심의 신청도 기각했다.

그렇다. ‘오뎅’은 지금도 ‘방송 부적합 용어’로 분류되어 있다. 청취자 사연에 자주 나오는 ‘오뎅’은 ‘어묵’ 따위로 바꾸어 전하는 게 방송과 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의 불문율이다. 국립국어원은 ‘오뎅’을 ‘꼬치/꼬치안주’로 순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오뎅은 바르지 않으니) 어묵’으로 쓰라고 한다. 왠지 석연찮은 구석이 없지 않다. 일본어 찌꺼기를 솎아내는 일에는 찬성하지만, ‘오뎅’은 그냥 ‘오뎅’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선살 등을 으깨어 조미료를 넣고 버무려 만든 건 어묵이지만, 다시마와 무, 파 따위를 넣고 끓여낸 일본 음식은 ‘오뎅’이기 때문이다. ‘오뎅’이 순화 대상이면 일본 나가사키가 원산지인 ‘짬뽕’(チャンポン)도 그래야 한다. 피자와 햄버거, 스파게티와 케밥은 음식 이름일 뿐이다. 짬뽕과 한 식구인 ‘짜장면’이 복권되었다. 이와 함께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길래(-기에), 손주(손자) 등도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언어 현실을 반영해 결정했다’는 국립국어원의 뜻이 ‘오뎅’에도 미치기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452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119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5970
1276 퍼센트포인트 바람의종 2011.11.24 13215
1275 호프 바람의종 2011.11.21 13064
1274 에프원(F1) 바람의종 2011.11.21 8921
1273 훈민정음 반포 565돌 바람의종 2011.11.20 14407
1272 시들음병/시듦병 바람의종 2011.11.20 11095
1271 볏과 벼슬 바람의종 2011.11.17 11532
» 짜장면과 오뎅 바람의종 2011.11.17 11252
1269 육상대회 바람의종 2011.11.16 11070
1268 가(價) 바람의종 2011.11.16 9106
1267 자(字) 바람의종 2011.11.15 10701
1266 겨울올림픽 바람의종 2011.11.15 8786
1265 복약 설명서 바람의종 2011.11.14 10971
1264 도시이름 바람의종 2011.11.14 13296
1263 정보무늬 바람의종 2011.11.13 12359
1262 디엠제트 바람의종 2011.11.13 11704
1261 사리 바람의종 2011.11.11 9781
1260 ‘말밭’을 가꾸자 바람의종 2011.11.11 8765
1259 나들목 / 조롱목 바람의종 2011.11.10 12751
1258 공공칠 바람의종 2011.11.10 10940
1257 방금 바람의종 2011.10.27 8750
1256 륙, 육 바람의종 2011.10.27 12305
1255 쉐보레 유감 바람의종 2011.10.25 1010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