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28 15:56

삐지다, 삐치다

조회 수 12024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삐지다, 삐치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송곳은 주머니 속에 감추어도 저절로 삐져나오게 돼 있다는 데에서 생긴 말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알려짐을 이르는 말이다. '삐져나오다'는 '속에 있는 것이 겉으로 불거져 나오다'를 뜻한다. '속옷이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 '비닐봉지의 아래쪽 터진 곳으로 붓 한 자루가 삐져나와 있었다'처럼 쓰인다. 당연히 비슷한 뜻의 말이라고 알고 있는'삐지다'는 이와 달리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내다'를 의미한다. '김칫국에 무를 삐져 넣다' '꽁치찌개는 굵은 감자를 숭숭 삐져 넣고 푹 끓여야 제 맛이 난다' 등이 바르게 쓰인 예다.

문제는 이 '삐지다'를 많은 사람이 '성이 나서 마음이 토라지다'의 뜻으로 잘못 사용한다는 점이다. '지선이는 잘 삐져서 친구들이 같이 안 놀려고 한다.' '그렇게 조그만 일에 삐지다니 그 친구 큰일은 못할 사람일세그려.' '그 여자 한번 삐지면 되우 오래간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 이런 경우에는 '삐치다'를 써야 옳다.

'삐치다'에는 이 밖에 '일에 시달려 몸이나 마음이 몹시 느른하다'와 '글씨를 쓸 때 글자의 획을 비스듬히 내려쓰다'라는 뜻도 있다. 한편 '삐져나오다'는 '삐지다+나오다'로 구성된 말인데 이때의 '삐지다'는 그 의미가 '비어지다'(가려져 속에 있던 것이 밖으로 내밀어 나오다)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내다'의 뜻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이런 뜻의 '삐지다'는 아직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015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94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709
2178 알은척 / 아는 척 바람의종 2009.02.07 10788
2177 가겠소 / 가겠오 바람의종 2009.02.07 7542
2176 재(齋)/제(祭) 바람의종 2009.02.07 10865
2175 수육, 편육, 제육 바람의종 2009.02.05 10249
2174 단음절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2.05 8438
2173 하락세로 치닫다 바람의종 2009.02.05 12970
2172 머지않아/멀지않아 바람의종 2009.02.04 10189
2171 실업난 바람의종 2009.02.04 8491
2170 색감 바람의종 2009.02.04 6352
2169 경사가 가파라서 바람의종 2009.02.03 11785
2168 담배를 피다 바람의종 2009.02.03 11152
2167 배식 바람의종 2009.02.03 7457
2166 어리숙, 허수룩 / 텁수룩, 헙수룩 바람의종 2009.02.02 9160
2165 ~마라 / ~말라 바람의종 2009.02.02 9455
2164 흉칙하다 바람의종 2009.02.02 15707
2163 승락, 승낙 바람의종 2008.12.28 13616
» 삐지다, 삐치다 바람의종 2008.12.28 12024
2161 기지개를 펴다, 피해를 입다 바람의종 2008.12.28 10993
2160 늑장, 늦장/터뜨리다, 터트리다/가뭄, 가물 바람의종 2008.12.27 13772
2159 간(間)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2.27 11429
2158 쌓인, 싸인 바람의종 2008.12.27 22994
2157 지리하다, 지루하다 바람의종 2008.12.26 108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