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힌
'어머니께서 가시가 송송 '돋힌' 청미래덩굴의 새순을 꺾는다. 그것도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본격적인 황사철을 맞아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공기청정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돋힌'과 '돋친'은 비슷한 빈도로 쓰이고 있어 둘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돋힌'은 바르지 않은 말이며 '돋친'으로 쓰는 게 옳다. 왜 그런지 알아보자. 타동사에 '-이-' '-히-' '-리-' '-기-'와 같은 접미사를 붙이면 피동 표현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꽃을 보다'가 '꽃이 보이다'로, '토끼를 잡다'가 '토끼가 잡히다'로, '노래를 듣다'가 '노래가 들리다'로, '실을 끊다'가 '실이 끊기다'로 바뀐다. '돋힌'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피동 표현 중 하나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돋다'는 타동사가 아니라 '-이 돋다'의 형태로 쓰이는 자동사이므로 접미사 '-히-'를 붙여 피동으로 만들 수 없다. 따라서 '돋힌'으로 쓰면 안 된다. 그러면 '돋다'에서 활용해 '가시 돋은 청미래덩굴의 새순'처럼 써야 할 터인데 왜 '돋친'으로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겠다. '돋치다'는 '돋다'에 강조를 뜻하는 접미사 '-치-'가 붙은 것이다. 그래서 '가시 돋은'보다는 '가시 돋친'의 어감이 더 강하다. 이처럼 '치'가 붙은 강세어로는 '넘치다(넘다) ,밀치다(밀다), 부딪치다(부딪다), 밭치다(밭다)' 등을 더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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