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11.23 14:37

명-태

조회 수 20659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명-태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 /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라가 됐을 때….” 양명문의 시에 변훈이 곡을 붙인 노래 ‘명태’의 앞 소절이다. 어젯밤 이 노래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뜬금없는 명태 타령은 어젯밤 술상에 오른 ‘먹태’ 때문일 것이다. ‘먹태’는 ‘(얼고 녹는 게 모자라) 황태가 되지 못한 것’이라는 게 가게 주인의 설명이지만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이다. 이처럼 명태는 잡는 방식과 상태에 따라 이름도 여럿으로 나눠 부른다.

‘어부의 그물에 걸린’ 명태는 망태이고,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라 한다. ‘미라가 된’ 것은 북어 또는 건태라 하는데 이 중에 ‘얼었다 녹았다’를 20회 이상 거듭해야 한다는 ‘황태’를 으뜸으로 친다. ‘짝태’(북한어)는 ‘명태의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고 소금에 절여서 넓적하게 말린 것’이고, ‘염태’는 ‘소금에 절인 명태’로 ‘간명태’와 한뜻이다. ‘봄에 잡은 명태’를 춘태라 하는데, 음력 4월과 5월에 잡히는 것을 ‘사태’, ‘오태’로 따로 이르기도 한다. 맨 끝물에 잡은 ‘막물태’는 ‘뭔가 부족한 듯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이다.(표준국어대사전) 꾸들꾸들하게 반건조시킨 명태는 ‘코다리’라 한다.(고려대 한국어사전)

이 모든 것의 ‘원형’인 명태는 ‘명천(明川)에 사는 태씨(太氏)가 물고기를 낚았는데, 이름을 몰라 땅이름의 첫 자(명)와 고기 잡은 이의 성(태)을 따서 이름 붙였다’ 한다. 제물포조약 체결 때 우리 쪽 ‘수석대표’를 맡기도 한 이유원이 펴낸 <임하필기> ‘문헌지장편’에 나오는 기록이다. ‘원산에 가면 명태가 땔나무처럼 쌓여 있다’는 얘기도 여기에 나온다. 한때 지천이던 명태가 금태(金-)가 될지 모르겠다. 어제 ‘한-러 어업협상 결렬…명태값 오르나’ 소식을 듣고 떠올린 생각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314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997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4627
3388 "잘"과 "못"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8.27 23323
3387 쌓인, 싸인 바람의종 2008.12.27 23014
3386 ‘넓다´와 ‘밟다´의 발음 바람의종 2010.08.15 22539
3385 꺼예요, 꺼에요, 거예요, 거에요 바람의종 2010.07.12 22508
3384 저 버리다, 져 버리다, 처 버리다 쳐 버리다 바람의종 2009.03.24 22071
3383 못미처, 못미쳐, 못 미처, 못 미쳐 바람의종 2010.10.18 21980
3382 뜻뜨미지근하다 / 뜨듯미지근하다 바람의종 2010.11.11 21963
3381 상봉, 조우, 해후 바람의종 2012.12.17 21848
3380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바람의종 2007.07.24 21835
3379 색깔이름 바람의종 2008.01.29 21554
3378 썰매를 지치다 바람의종 2012.12.05 21394
3377 달디달다, 다디달다 바람의종 2012.12.05 21287
3376 땜빵 바람의종 2009.11.29 21252
3375 부딪치다, 부딪히다, 부닥치다 바람의종 2008.10.24 21144
3374 통음 바람의종 2012.12.21 21070
3373 지지배, 기지배, 기집애, 계집애, 임마, 인마 바람의종 2011.12.22 21032
3372 내 자신, 제 자신, 저 자신, 너 자신, 네 자신 바람의종 2010.04.26 20925
3371 두루 흐린 온누리 바람의종 2013.01.04 20914
3370 서식지, 군락지, 군집, 자생지 바람의종 2012.11.30 20797
3369 나무랬다, 나무랐다 / 바람, 바램 바람의종 2012.08.23 20744
3368 괴발개발(개발새발) 風磬 2006.09.14 20714
» 명-태 바람의종 2012.11.23 2065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