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2 16:56

뫼와 갓

조회 수 6973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뫼와 갓

들온말을 즐겨 쓰는 이들은 토박이말에는 이름씨 낱말이 모자라고, 한자말은 짤막하고 또렷한데 토박이말은 늘어지고 너절하다고 한다. 그런 소리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를 보이는 말 하나를 들어보자.

‘산’이 그런 보기다. 얼마나 많이 쓰는 말이며 얼마나 짤막하고 또렷한가! 이것을 끌어 쓰기까지는 토박이 이름씨가 없었고, 이것이 들어와 우리 이름씨 낱말이 늘었을까? 사실은 거꾸로다. ‘산’ 하나가 토박이말 셋을 잡아먹었고, 그렇게 먹힌 토박이말은 모두 ‘산’처럼 짤막하고 또렷하였다. ‘뫼’와 ‘갓’과 ‘재’가 모두 ‘산’한테 자리를 내준 말들이다.

‘갓’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뫼’다. ‘갓’은 나무를 써야 할 때가 아니면 아무도 손을 못 대도록 오가면서 늘 지킨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부러 ‘갓지기’를 세워 지키도록 한다. 도회 사람들은 ‘갓’을 자주 보지 못하니까 머리에 쓰는 ‘갓’과 헷갈려서 ‘묏갓’이라 하다가 ‘멧갓’으로 사전에 올랐다.

‘재’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뫼’다.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는다. 난리라도 나면 사람들은 모두 ‘잿마루’로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키고 살 길을 찾는다. ‘뫼’는 ‘갓’과 ‘재’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017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96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711
3366 사람 바람의종 2007.12.21 6464
3365 미꾸라지 바람의종 2007.12.21 7132
3364 주머니차 바람의종 2007.12.22 7204
3363 우리말 계통 바람의종 2007.12.22 5643
3362 누다와 싸다 바람의종 2007.12.23 7526
3361 깍두기 바람의종 2007.12.23 6423
3360 된장녀 바람의종 2007.12.24 6548
3359 언어 대국, 인도 바람의종 2007.12.24 6983
3358 웃음 바람의종 2007.12.26 7221
3357 값과 삯 바람의종 2007.12.26 5595
3356 벵갈말 바람의종 2007.12.27 6282
3355 알바 바람의종 2007.12.27 7198
3354 막바로 바람의종 2007.12.28 7925
3353 가을하다 바람의종 2007.12.28 6773
3352 개보름 바람의종 2007.12.29 7039
3351 다르다와 틀리다 바람의종 2007.12.29 6902
3350 꽈리 바람의종 2007.12.30 10406
3349 교육과 새말 바람의종 2007.12.30 6599
3348 체로키 글자 바람의종 2007.12.31 5988
3347 억수 바람의종 2007.12.31 6484
» 뫼와 갓 바람의종 2008.01.02 6973
3345 메뚜기 바람의종 2008.01.02 62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