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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절망합니까 - 정문술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미래산업의 장기적 목표는 당연히 반도체 제조 장비의 완전 국산화이다. 사실 한국이 최대의 반도체 수출국가라고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다. 반도체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소재,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온갖 제조장비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정작 비싼 것은 그쪽이다. 그러니 총매출액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비해 실질적인 부가가치는 그리 크지 못하다. 진정한 반도체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제조장비 국산화가 가장 시급하다. 반도체 제조과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미래산업의 주력인 '핸들러'는 검사장비 이니 당연히 후공정에 필요한 장비다. 미래산업은 이제 전공정 분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핸들러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해진다.

  직원의 삼분의 일이 연구직이지만 아직도 미래산업의 연구인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전공정 분야로 뛰어들기 위해서 외국의 다른 업체와 기술제휴를 고려하는 중이다. 미래산업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천안공단 부지에 현재 새 공장을 짓고 있다. 반도체 전공정 분야를 담당할 미래산업의 자매회사 'Prosys 주식회사'는 이제 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는 뒤늦게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어 이제야 대충 자리를 잡은 셈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으로 고맙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반대로 반도체 산업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장비기술을 한 단계 더 높여놓고, 쓸만한 기술인재를 몇 명이라도 키워놓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써 키워놓은 녀석이 미래산업을 떠나 다른 어디로 도망가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한국의 반도체를 위해 일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일하고 있건 간에 '내가 키운 놈'이라는 자부심과 성취감만은 언제라도 내 몫이다. 내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답례는 벤처육성이다. 나는 참으로 가당찮은 꿈을 한 가지 가지고 있다. 한국 벤처 계의 대부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을 힘닿는 대로 키워볼 생각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하는 벤처정책이나 벤처창업은 백전백패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인력에서부터 각종 정보통신 인프라, 세제, 벤처캐피탈에 이르기까지 벤처기업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자원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실리콘밸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토양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척박하기 그지없다. 그렇다며 풍부한 물적,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기성 기업들이 벤처육성의 중책을 떠맡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성 업체 안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발굴해서 경영훈련을 기키고, 벤처창업에 필요한 각종 자원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분리, 독립시켜 주는 방법이 가장 한국적인 벤처육성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년부터 이러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래산업의 전체사업을 이른바 5개의 독립적 벤처그룹으로 분할하는 다소 실험적인 조직편성이다. 기존의 '핸들러 사업 그룹'을 비롯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치를 개발하는 'LCD장비 그룹', 네트워크 보안분야인 '소프트포럼 그룹', 반도체 제조장비 소모품을 담당하는 '매거진 그룹', 반도체 장비의 테스터 분야를 집중적으로 전담하는 '테스텍' 등이다. 각 그룹은 중앙의 결재나 지침 없이 독립적인 연구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벤처 속의 또 다른 벤처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사내 벤처' 제도와는 다르다. 향후 얼마 동안은 중앙의 보호와 지원을 받게 되지만, 최소한의 자기 재생산 구조를 갖추게되면 곧바로 독립적인 사업체로 분리해 나간다. 대기업의 '계열사' 개념과도 다르다. 소위 말하는 '문어발식' 계열확장이 아니라 완전한 분리, 독립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거대한 것만이 의미가 있었다. 통합하고 확장하는 것은 곧 발전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국엣 1987년 과 1992년 사이에 중소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의수는 580만 개에 육박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직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230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버렸다고 한다. 이것은 중소기업의 현실적응력과 대기업의 동맥경화를 잘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수치다.

  로저 마틴이란 사람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위기에 처한 대기업들을 보면서 가장 분통 터지는 일은, 한때 자신들을 성장시켰던 일들을 지금까지도 계속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행을 정직하게 고스란히 안고 다녔던 것이다."
  특히 과거 우리의 기업들은 몸 풀리기에만 급급했다. 그것이 유일한 살길이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기업 거대화 때문에 해당 기업은 몰론 국가경제까지도 침몰직전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구조조정을 하고 합리화를 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로저 마틴이 말한 것처럼 이 '기업 거대화'는 이제는 지양하려 해도 쉽사리 수습될 수 없는 고질적인 타성이 되어 버렸다. 그런 고질적인 타성이 되어 버렸다. 그런 고질적인 타성이 생길 여지를 처음부터 없애자는 것이 내 발상이다.  미래산업의 소액주주들은 물론 이러한 사업방식에 대해 부만을 가지고 있다. 지배주주이자 기업의 대표이사로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경직되고 비대하기만 한 '대기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콧대만 높은 권위주의를 키우기는 싫다. 끊임없는 세포분열을 통해 항상 변화, 발전하고 살아 움직이는 '젊은 기업'이 되고 싶은 것이다. 기업의 비만이나 동맥경화를 원천봉쇄할 뿐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벤처업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것이다.  결국은 우리의 소액주주들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해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미래산업에도 60여 개의 협력업체들이 있다. 하도 내가 싫어하다 보니 이제는 신년이 되어도 선물은커녕 연하장조차 한 장 날아오지 않는다. 인사치레도 중독이 된다. 인사치레를 자꾸 겪다 보면 내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과 나도 비슷해질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있다. 방법은 있다. 권위의식이 싹틀 만한 여지를 주지 않고 지레 이런 식으로 원천봉쇄 하는 것이다. 나의 이런 구상을 듣더니 어느 기자는 내게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럼 미래산업은 뭐가 남습니까?"
  "핸들러야 모기업이니까 그건 계속 남겨둬야죠."
  "아니 그게 아니구요. 미래산업 쪽에는 무슨 이득이 되는 겁니까?"
  "그야 자부심이죠."

  그 기자는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나는 마흔셋이 되어서야 경영에 입문했다. 세상은 내게 비협조적이었고, 심지어는 등을 치고 목을 졸랐다. 상처투성이가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세상이 무섭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창업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세상에 대한 복수를 기획했다.  '이 땅에서 장사를 하려면 사기꾼이 도어야 한다', '어차피 시장은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한다', '배신과 공격만이 살길이다'등등 이 사회에 횡행하는 온갖 종류의 악한 깨달음들을 쳐부수는 것이 내가 생각한 내 식의 복수였다. 기술개발에 목숨을 걸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미래산업을 시작했고, 내가 받아왔던 상처들도 이제는 어지간히 치료가 된 셈이다. 하지만 나의 복수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오로지 '돈'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배신하는 세상은 여전하다. 난 기업과 기업가가 그놈의 '돈'을 극복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고 싶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복수의 진정한 끝이다. 나는 참으로 가당찮은 꿈은 한 가지 가지고 있다. 한국 벤처계의 대부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을 힘닿는 대로 키워볼 생각이다. 애써 키워놓은 녀석이 미래산업을 떠나 다른 어디로 도망가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한국의 반도체를 위해 일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미국에서 1987년과 1992년 사이에 중소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의 수는 580만 개에 육박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직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230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버렸다고 한다. '이 땅에서 장사를 하려면 사기꾼이 되어야 한다', '어차피 시장은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한다', '배신과 공격만이 살길이다'등등 이 사회에 횡행하는 온갖 종류의 악한 깨달음 들을 쳐부수는 것이 내가 생각한 내 식의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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