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0 10:21

마그나 카르타

조회 수 5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그나 카르타

이 세상에는 기계를 다루거나 돈을 만지는 직업들도 많지만 ‘말’을 다루는 직업도 매우 많다. 말의 기능이 워낙에 다종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치와 종교가 언어 없이 활동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과 법률도 마찬가지이다. 더 나아가 작가와 언론매체 종사자들은 말을 다루거나, 말을 사용하거나, 말에 대해 고민하거나 하는 등, 한시도 말과 떨어져 있을 수 없는 직종에 속한다.

독재 권력은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선전과 홍보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와글거리는 말, 곧 ‘의견’과 ‘질문’은 질색한다. 그래서인지 과거 독재 정부 때는 똑 부러진 말을 많이 하는 정치인과 종교인들이 ‘수난’을 많이 당했다. 정치적 자유가 어느 정도 확보되자 교육자들과 법조인들이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매사에 끊임없이 ‘쟁점’을 찾아 정당함과 부당함을 논하려 했다. 역시 권력자들은 이들을 멀리하려 했다.

실무적으로 그리고 실존적으로 말을 다루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와 언론인들이다. 이들에게 말이나 글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한 숟가락의 밥도, 한 모금의 물도 허락하지 않는 폭력이다. 그동안 작가들에게는 권력에 의해 블랙리스트가 덧씌워졌으며, 대통령은 기자들을 기피했고,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일자리에서 쫓겨나거나 마이크를 빼앗기는 인사조치가 행해졌었다.

작가들의 글 쓸 권리를 방해한 블랙리스트 문제는 ‘재판’으로 결말을 내게 되었다. 그러나 방송사의 문제는 ‘파업’으로 승패를 결정짓게 되었다. 말과 글에 대한 권리를 ‘재판과 파업’으로 결말을 짓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정말 특기할 만한 일이다. 여기에서 승리했을 때 획득하게 될 권리는 곧 우리의 언어 사용권에 대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될 것이다. 자고로 허락받아 얻은 권리와 승리해 얻은 권리는 그 근본이 다른 법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28918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0527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7Jun
    by 風文
    2022/06/07 by 風文
    Views 494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5. No Image 02Jun
    by 風文
    2022/06/02 by 風文
    Views 865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6. No Image 01Jun
    by 風文
    2022/06/01 by 風文
    Views 488 

    경평 축구, 말과 동작

  7. No Image 31May
    by 風文
    2022/05/31 by 風文
    Views 570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8. No Image 30May
    by 風文
    2022/05/30 by 風文
    Views 676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9. No Image 26May
    by 風文
    2022/05/26 by 風文
    Views 37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10. No Image 26May
    by 風文
    2022/05/26 by 風文
    Views 831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11. No Image 25May
    by 風文
    2022/05/25 by 風文
    Views 418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12.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55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13.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696 

    날씨와 인사

  14.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757 

    과잉 수정

  15. No Image 20May
    by 風文
    2022/05/20 by 風文
    Views 652 

    말과 상거래

  16. No Image 20May
    by 관리자
    2022/05/20 by 관리자
    Views 459 

    귀순과 의거

  17. No Image 18May
    by 風文
    2022/05/18 by 風文
    Views 651 

    혼성어

  18. No Image 18May
    by 風文
    2022/05/18 by 風文
    Views 772 

    콩글리시

  19.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61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20.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444 

    외국어 선택하기

  21.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536 

    영어 절대평가

  22. No Image 16May
    by 風文
    2022/05/16 by 風文
    Views 635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23. No Image 12May
    by 風文
    2022/05/12 by 風文
    Views 48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24. No Image 12May
    by 風文
    2022/05/12 by 風文
    Views 729 

    영어 공용어화

  25. No Image 12May
    by 風文
    2022/05/12 by 風文
    Views 627 

    영어의 힘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