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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07.18 15:45

건강한 가족 / 국경일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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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가족이 자꾸 무너져 간다고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가족은 대개 소비 단위이지만 농민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생산 단위이기도 하다. 그러니 가족이 건강하다면 경제도 건강할 가능성이 많다. 건강한 가족은 의학적으로도 병이 없어야 하지만 유대감이 강해야 사회적으로 건강한 가족이라 할 수 있다. 세속적으로는 돈 걱정 없고, 집 걱정 없으며, 아이들 대학 진학 걱정 없으면 건강한 가족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매우 피상적으로 건강한 가족을 정의하는 시각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 구성에 빈틈이 보이면 무언가 모자란 가정으로 보게 된다.

요즘은 부부 가운데 한쪽만 있는 가정을 한부모가정이라고 한다. 원래 결손가정이라고 했던 것을 말만 예쁘게 바꿨다. 그리고 속으로는 그저 결손가정이라고 생각한다. 동등한 이웃이나 보호해야 할 약자로 보지 않고 명분만 생기면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한부모 밑에서 자라도 바르게 자라고 가족적 유대감이 강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나머지 한쪽 부모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배려와 보호, 그리고 물질적 결핍 때문이다.

진정한 결손 가족은 생계와도 무관하게 툭하면 재산 둘러싸고 ‘왕자의 난’인지 ‘형제의 난’인지를 벌이는 집안에 있다. 그들의 재산이 대부분 국민의 세금과 노동자의 저임금에서 나온 것일진대 그러면서도 유산을 더 남기고, 또 자식을 특채하며, 가족을 이익의 도구로 삼는다. 그러다가 유대감의 결여로 사고가 나는 것이다. 반면에 수많은 서민들은 자그마한 가족 하나 유지해보려고 헉헉대고 있다.

건강한 가족은 부유하건 가난하건 각자 생존경쟁에만 몰두해서는 절대로 꾸릴 수 없다. 온 사회가 서로 보호하고 서로 지켜주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이 유대감의 바탕이고 유대감은 사회를 더욱 견고하게 엮어주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가족은 우리를 기만하는 허구의 단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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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일 한글날

국경일로서의 한글날이 또 지나갔다. 국경일이자 공휴일로는 세 번째였다. 한글날은 국경일로 도대체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왜 그냥 기념일이나 명절이 아니라 국경일이라는 특수한 가치를 드러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내어 주고 있는가?

세계 각국의 국경일은 거의 대부분이 건국, 독립, 해방, 승전, 혁명, 통일 등을 기념한다. 주로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주제와 연계되어 있다. ‘힘과 권력’의 문제인 것이다. 그와는 달리 문자의 탄생을 기리는 것은 ‘지식과 배움’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깨우침과 깨달음’을 지향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우리의 한글날이 지닌, 다른 종류의 국경일과 분명히 구별되는 가치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계층이나 직업의 한계를 넘어 온갖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담을 수 있는 훌륭한 문자를 가진 것을 경축하는 날이다. 이것은 진정 크나큰 축복이다. 또 그러한 가치를 국가의 이름으로 경축한다는 것은 매우 값진 일이다.

그러나 문자만 훌륭하면 뭐하겠는가? 안타까운 것은 한국인이 책을 읽는 양이 무척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공식 통계로는 연간 성인 1인당 독서량이 대략 아홉 권 정도라고 한다. 한글을 자랑하면서 우리는 자주 한자와 비교를 한다. 그러나 중국의 성인들은 한 해에 30권가량, 일본은 70권가량 책을 읽는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하위라고 한다. 어리석은 백성한테 최고의 문자가 생겼지만 아직도 여전히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독서는 길게 연속되는 사건이나 상황을 하나의 줄거리 안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정신적 계기’가 주어진다. 그래서 독서는 입시나 고시 등의 준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적 성숙을 위해 더욱더 중요하다. 문자의 탄생을 경하하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그 문자의 사용을 기뻐하고 즐기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만고의 이익을 취하는 길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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