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주책이다/ 주책없다

상황에 맞지 않게 실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은 “주책이다” 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주책없다”라고 말한다. 같은 의미로 전혀 상반된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얘기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에 맞춰 적절히 해석하겠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본다면 혼란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는 뜻의 형용사는 ‘주책없다’이다. ‘주책이다’는 ‘주책없다’의 잘못이다. ‘주책없다’가 바른 표현이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혼란이 온 것일까? 명사 ‘주책’은 ‘①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 ②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①은 긍정적 의미, ②는 부정적 의미이다.

‘주책을 떨다’ ‘주책을 부리다’ ‘주책이 심하다’ 와 같이 쓸 때의 ‘주책’은 ②의 뜻, ‘주책없다’에서의 ‘주책’은 ①의 뜻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②의 뜻을 생각한다면 ‘주책이다’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겠다. 표준어 규정에서는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주책이다’를 버리고 ‘주책없다’를 취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안절부절하다’와 ‘안절부절못하다’가 있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안절부절’이라고 하는데 동사형은 ‘안절부절하다’를 버리고 ‘안절부절못하다’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칠칠하다’와 ‘칠칠치 못하다’는 모두 맞는 말이지만 뜻을 반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깨끗하고 단정하며 일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진 경우 ‘칠칠하다’ 반대의 경우 ‘칠칠치 못하다’라고 쓰는 것이 맞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585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232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7230
22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591
21 '-시키다’ 風文 2023.12.22 589
20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588
19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588
18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587
17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586
16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574
15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573
14 정치인들의 말 風文 2021.10.08 572
13 내일러 風文 2024.01.03 569
12 법률과 애국 風文 2021.09.10 567
11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564
10 상투적인 반성 風文 2021.10.10 563
9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549
8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544
7 말의 권모술수 風文 2021.10.13 537
6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532
5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524
4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55
3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54
»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風文 2024.05.10 22
1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風文 2024.05.10 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