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4.28 14:33

남과 북의 협력

조회 수 12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남과 북의 협력

북의 미사일이 날아가고 언제 또 핵실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할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철이 없거나 아니면 허무맹랑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엄중하다 해도 역사적으로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또한 계속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나 경제, 또는 군사나 스포츠 등은 손익과 우열, 그리고 승패의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러나 그런 것 말고도 남과 북이 해결해 나가야 할 일도 퍽 많다. 서로의 언어와 표현 차이의 극복, 믿음직하고도 유용한 사전 편찬, 맞춤법의 공통성 확대 등은 싸우면서도 늘 해야 할 숙제들이다. 더 나아가 해외 동포들과의 소통 문제, 올바르고 적절한 번역 등을 위한 사업은 한시도 외면할 수 없는 일들이다.

굳이 언어 문제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역사 분야로 넘어들어가 서로 유적 발굴을 함께 한다든지, 박물관 수장품들을 공동 전시한다든지 공동 목록집을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요란한 언론 플레이를 할 필요도 없다. 우리들끼리 이러한 ‘안전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훨씬 유리하다.

이미 남과 북은 함께 ‘겨레말사전’이라는 것을 편찬하는 중이었다. 그간의 정치적 장애로 지체되었던 사업을 이럴 때일수록 정치적 긴장과 관계없이 대범하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것은 민족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각종 ‘국제적 제재’와 굳이 연동시킬 필요도 없다. 정치적 군사적 갈등의 전제는 언젠가는 통합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갈등이 심할수록 이런 사업에는 더욱더 힘을 쏟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기나긴 분단의 세월을 극복하고 서로를 이어줄, 가늘면서도 질긴 명주실을 언어와 역사의 문제에서 찾아보는 것은 매우 현명한 일일 것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524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74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904
3170 가던 길 그냥 가든가 風文 2024.02.21 1222
3169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1223
3168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風文 2022.11.18 1223
3167 꼬까울새 / 해독, 치유 風文 2020.05.25 1224
3166 갑질 風文 2024.03.27 1225
3165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227
3164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228
3163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228
3162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229
3161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231
3160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236
3159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239
3158 교정, 교열 / 전공의 風文 2020.05.27 1240
315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240
3156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241
3155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243
3154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243
3153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244
»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245
3151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247
3150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248
3149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2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