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2 16:56

뫼와 갓

조회 수 7033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뫼와 갓

들온말을 즐겨 쓰는 이들은 토박이말에는 이름씨 낱말이 모자라고, 한자말은 짤막하고 또렷한데 토박이말은 늘어지고 너절하다고 한다. 그런 소리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를 보이는 말 하나를 들어보자.

‘산’이 그런 보기다. 얼마나 많이 쓰는 말이며 얼마나 짤막하고 또렷한가! 이것을 끌어 쓰기까지는 토박이 이름씨가 없었고, 이것이 들어와 우리 이름씨 낱말이 늘었을까? 사실은 거꾸로다. ‘산’ 하나가 토박이말 셋을 잡아먹었고, 그렇게 먹힌 토박이말은 모두 ‘산’처럼 짤막하고 또렷하였다. ‘뫼’와 ‘갓’과 ‘재’가 모두 ‘산’한테 자리를 내준 말들이다.

‘갓’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뫼’다. ‘갓’은 나무를 써야 할 때가 아니면 아무도 손을 못 대도록 오가면서 늘 지킨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부러 ‘갓지기’를 세워 지키도록 한다. 도회 사람들은 ‘갓’을 자주 보지 못하니까 머리에 쓰는 ‘갓’과 헷갈려서 ‘묏갓’이라 하다가 ‘멧갓’으로 사전에 올랐다.

‘재’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뫼’다.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는다. 난리라도 나면 사람들은 모두 ‘잿마루’로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키고 살 길을 찾는다. ‘뫼’는 ‘갓’과 ‘재’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546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195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6860
110 떨려나다 바람의종 2008.01.11 8722
109 말다듬기 바람의종 2008.01.10 6251
108 말소리의 억양 바람의종 2008.01.10 6658
107 쇠죽 바람의종 2008.01.10 8580
106 먹거리와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01.08 8187
105 헛이름 바람의종 2008.01.08 10436
104 말소리의 높낮이 바람의종 2008.01.08 7005
103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211
102 겨울 바람의종 2008.01.07 8082
101 참말과 거짓말 바람의종 2008.01.07 8643
100 ‘막하다’ 바람의종 2008.01.06 7932
99 노무족 바람의종 2008.01.06 6141
98 모음의 짜임새 바람의종 2008.01.06 5612
97 호박고지 바람의종 2008.01.05 8873
96 할말과 못할말 바람의종 2008.01.05 7288
95 제맛 바람의종 2008.01.05 7648
94 자음의 짜임새 바람의종 2008.01.04 6868
93 경제 새말 바람의종 2008.01.04 7245
92 벌레 바람의종 2008.01.03 7276
91 움과 싹 바람의종 2008.01.03 8438
90 복잡다난·미묘 바람의종 2008.01.03 10897
89 드라비다말 바람의종 2008.01.02 676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