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13 19:32

말의 권모술수

조회 수 5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의 권모술수

세상의 말을 쉽게, 순진하게 믿는 것보다는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언어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길이다. 또 불투명하거나 엉뚱해 보이는 단어의 개념도 깐깐하게 따져 보는 것도 현명한 언어 사용 방식이다. 더구나 사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추상적 표현이 많아지기 때문에 더욱더 똑똑해져야 하고 언론 매체도 더 기여를 해야 한다.

특히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다루는 경제 관련 어휘는 무엇보다도 그 개념이 정확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익과 손해를 가름할 수 있고, 또 적극적인 의미의 시장 참여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종종 언어가 그 길을 가로막곤 한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금리’ 같은 말은 전통 개념에 익숙한 사람들한테는 한동안 멍해지는 개념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번에는 우리도 ‘양적 완화’를 해야 한단다. 반대 의견들이 나오니 이번에는 ‘한국형 양적 완화’란다. 무언가 대단히 심각한 결정이 내려질 모양인데 이것이 우리 살림에 덕이 된다는 말인지 무언가 각오하란 말인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전문성이 대중성을 압도해 버리는 복잡한 담론, 대개 이런 곳에 무언가 수상한 권모술수들이 꾀어들게 되어 있다.

더구나 이 말이 ‘한국은행의 발권력’, ‘비전통적 통화 정책’, 심지어 ‘헬리콥터 화폐’ 등의 생소한 말과 연동되는 것을 보니 여차하면 각자의 흥망을 각오하란 말처럼도 들린다. 이것은 돈을 찍어내는 주체만 다를 뿐이지 위조지폐 만드는 것과 모양새가 똑같아 더욱 수상하다. 이런 발언들을 그대로 받아쓰기만 해서 보도하는 것은 독자들이 언어의 권모술수에 넘어가기 딱 좋게 방치하는 일이다. 언론인과 전문가들은 도대체 누가 더 손해 보고 누가 이익을 보는지, 그리고 누가 상이나 벌을 받게 되는지를 명료하게 보도하고 설명해야만 그 권모술수에 동조하지 않는 길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3328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5010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960 

    언어와 인권

  5.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1196 

    세로드립

  6.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996 

    ‘선진화’의 길

  7.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1015 

    언어의 혁신

  8.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800 

    재판받는 한글

  9.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582 

    말의 권모술수

  10.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740 

    고령화와 언어

  11.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675 

    어버이들

  12.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624 

    상투적인 반성

  13.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631 

    정치인들의 말

  14.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592 

    공공 재산, 전화

  15.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880 

    편견의 어휘

  16.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925 

    비판과 막말

  17.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628 

    군인의 말투

  18.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614 

    무제한 발언권

  19.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709 

    언어적 주도력

  20.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637 

    악담의 악순환

  21.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642 

    법률과 애국

  22.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736 

    '미망인'이란 말

  23.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653 

    또 다른 공용어

  24.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801 

    편한 마음으로

  25. No Image 06Sep
    by 風文
    2021/09/06 by 風文
    Views 838 

    치욕의 언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