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과 ‘몇 일’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라고 할 때 ‘며칠’ 대신 ‘몇 일’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며칠’이 맞는 표기라고 하면 ‘몇 년’이나 ‘몇 월’처럼 ‘몇’에 ‘일’이 결합한 것이니 ‘몇 일’로 적는 게 옳지 않겠느냐고 되묻곤 한다.

그러나 ‘며칠’은 ‘몇’에 ‘일’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이 말의 발음이 ‘며딜’이 아니라 ‘며칠’이기 때문이다. ‘몇 월’, ‘몇 억’ 등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며춸, 며척’이 아니라 ‘며둴, 며덕’으로 발음된다.

우리말에서는 종성에 ‘ㅅ, ㅈ, ㅊ, ㅌ’ 등의 소리가 날 수 없어 대표음인 ‘ㄷ’으로 중화되는 현상이 있다. 이에 따라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명사가 오면, 받침의 ‘ㅊ’이 ‘ㄷ’으로 소리가 변한 뒤 이 ‘ㄷ’이 다음 음절의 첫 소리로 연음되어 ‘며둴’, ‘며덕’으로 소리가 나게 된다. 이는 ‘옷+안’, ‘낱+알’과 같은 말이 ‘오산’, ‘나탈’이 아니라 ‘오단’, ‘나달’로 소리 나는 것과 같은 음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것은 ‘몇’에 ‘을’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로 추측한다. ‘을’은 ‘일(日)’을 뜻하는 고유어인데, ‘사흘, 나흘, 열흘’ 같은 말에 남아 있다. ‘몇’에 ‘을’이 결합하여 ‘며츨’이 되었다가 모음 ‘으’가 ‘이’로 바뀌어 ‘며칠’이 된 것이다. 실제로 옛 문헌에 ‘며츨, 몃츨’ 같은 표기가 있어 이런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며칠’은 ‘그 달의 몇 째 되는 날’과 ‘몇 날 (동안)’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두 의미를 구분하여 ‘몇 일’과 ‘며칠’로 구분해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두 경우 모두 ‘며칠’로 소리 나므로 둘 다 ‘며칠’로 적는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12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598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736
3410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602
3409 북한의 ‘한글날’ 風文 2024.01.06 624
3408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風文 2024.01.04 595
3407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544
3406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690
3405 내일러 風文 2024.01.03 424
3404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346
3403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428
3402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580
3401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484
3400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401
3399 ‘~스런’ 風文 2023.12.29 395
»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384
3397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402
3396 '-시키다’ 風文 2023.12.22 420
3395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486
3394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410
3393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427
3392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428
3391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704
3390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814
3389 상석 風文 2023.12.05 56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