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6.09 23:39

흥정

조회 수 9815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흥정

언어예절

말로 하는 일에 흥정 아닌 게 드물다. 집안·사회 두루 사람 관계가 그러하며, 회사·나랏일도 대체로 이로써 이뤄지고 발전한다. 이를 격식화한 것이 약속, 곧 법·기준이다. 그것도 바뀔 수 있으므로 임시방편이다. 그러니 공사간에 늘 새로운 흥정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흥정도 부조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는 흥정을 좋게 여기는 속담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흥정을 ‘물건 값을 덜 주고 더 받으려는 수작’, ‘제 이익을 좀더 보려는 짓거리’로 좁히거나 낮잡아 쓰는 편이다. 이런 생각이나 풍토는 말을 가난하게 한다. 말의 가난은 그 말겨레의 정신을 가난하게 한다.

‘거래·협상·회담·상담·교섭·중개·수작 …’ 행위들을 싸잡아 ‘흥정’으로 일컫지 못할 게 없다.

흥정만큼이나 ‘장사’도 낮잡히는 경향이 있다. 사·농·공·상 차별이 사라진 자본주의 세상에서 ‘장사·흥정’을 값싸게 여기는 풍토를 어떻게 봐야 할까? 무슨 일자리 나누기와는 다른 결과를 부른다. 장사·흥정 자리는 ‘비즈니스·바겐·마케팅·로비 …’ 따위에 많이 내주었다.

“정치적 흥정, 흥정거리, 흥정 대상, 장물 흥정, 더런 흥정, 총선용 흥정 ….” 그 앞에 고깔을 씌워서라도 흥정을 써먹는 걸 보면 쓸모가 증명된다. 흥정에는 본디 거간·중개·변호·외교·조정·협상 따위 온갖 갈래가 있다. 관련된 학문 분야도 여럿이다. 이를 뭉뚱그리면 ‘흥정학·거래학’이 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422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071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5861
3434 暴 (포와 폭) 바람의종 2011.11.10 15132
3433 히읗불규칙활용 바람의종 2010.10.21 13689
3432 히로뽕 바람의종 2008.02.20 12798
3431 흰 백일홍? 風文 2023.11.27 1425
3430 희쭈그리 바람의종 2008.02.29 13462
3429 희망 바람의종 2007.10.11 10912
» 흥정 바람의종 2009.06.09 9815
3427 흡인력, 흡입력 바람의종 2009.11.12 15440
3426 흡연을 삼가 주십시오 바람의종 2008.03.08 15892
3425 흙성과 가린여흘 바람의종 2008.05.31 10966
3424 흘리대·흘리덕이 바람의종 2008.07.21 9239
3423 흐리멍텅하다 바람의종 2009.11.09 13253
3422 흉칙하다 바람의종 2009.02.02 15966
3421 흉내 / 시늉 바람의종 2009.09.07 11526
3420 휴거 바람의종 2007.10.10 14964
3419 휫바람, 휘바람, 휘파람 바람의종 2009.06.30 15346
3418 휘호 바람의종 2008.11.13 10675
3417 휘하 바람의종 2007.10.09 13155
3416 휘파람새 file 바람의종 2009.09.03 11862
3415 휘발성 바람의종 2010.08.07 14621
3414 휘거 風文 2014.12.05 24800
3413 훈훈하다 바람의종 2007.11.09 1312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