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4.12.30 04:56

간판 문맹

조회 수 243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간판 문맹

“제가 모시는 여러 신 중에는 ‘소 신’과 ‘새우 신’이 있습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사람을 위해 온전히 바치어 주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찾은 일본풍 선술집 점원이 장난기 섞인 웃음과 함께 새우튀김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종업원의 재치있는 말 한마디가 자리를 환하게 빛내주었다. 그 집에 손님이 많은 것이 음식과 분위기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맛깔스런 음식에 아기자기한 실내장식, 종업원의 친절과 재치가 돋보이는 그 집의 이모저모가 좌중의 화제에서 빠지지 않은 걸 봐도 그렇다. 모든 게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이 집 찾기 참 힘들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으니 말이다.

그 집에 초행이었던 네 명이 모두 그랬다. 이유는 하나였다. 가게 간판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흰색 네모꼴 간판에는 큼지막한 일본어와 그 아래 작게 쓴 영어만 적혀 있었으니 그럴 만했다. 자리 파하고 나와 그 동네를 둘러보니 한글 없이 외국어로만 쓴 간판이 새삼 눈에 많이 들어왔다. 옷가게와 커피숍, 아이스크림 전문점, 빵집 등은 영어로만 쓴 간판이 오히려 많았다. ‘세계 공용어’ 대접을 받는 영어는 접어두더라도 언제부터인가 부쩍 늘어난 일본어 간판 앞에서 ‘문맹’이 되는 경험을 한 사람은 우리뿐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소수민족 자치주에 거주민족 문자 표기를 의무화했다. 연변에서는 ‘한글(조선어)과 한자(중문)를 병기하되 한글을 먼저 표기’해야 한다. 프랑스어권인 캐나다 퀘벡주는 간판에 프랑스어 표기를 하지 않은 업주에게 강력한 행정처벌을 내린다. 관급공사 수주 자격을 박탈하고 고액의 벌금을 매기며 연속 적발될 경우 가중 처벌하는 것이다. 간판은 공공디자인이고 그에 담긴 언어는 공공성을 띤다. ‘한글 간판의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전시회가 열린 까닭, ‘한글 간판 의무화 법 제정’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간판 문맹’을 없애자는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8305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4723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9669
    read more
  4. 사수 / 십이십이

    Date2020.05.17 By風文 Views1353
    Read More
  5. 24시 / 지지지난

    Date2020.05.16 By風文 Views1093
    Read More
  6.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Date2020.05.15 By風文 Views1292
    Read More
  7. -분, 카울

    Date2020.05.14 By風文 Views1548
    Read More
  8. 풋 / ‘열’(10) ①, ‘열’(10) ②

    Date2020.05.10 By風文 Views1743
    Read More
  9. 백열 / 풋닭곰

    Date2020.05.09 By風文 Views1590
    Read More
  10. 표준발음, 구명동의

    Date2020.05.08 By風文 Views1667
    Read More
  11. 위탁모, 땅거미

    Date2020.05.07 By風文 Views1542
    Read More
  12. ‘엘씨디로’ / 각출-갹출

    Date2020.05.06 By風文 Views1995
    Read More
  13. 아무 - 누구

    Date2020.05.05 By風文 Views761
    Read More
  14. 뒷담화

    Date2020.05.03 By風文 Views1029
    Read More
  15. 살인 진드기

    Date2020.05.02 By風文 Views1383
    Read More
  16. 배뱅잇굿

    Date2020.05.01 By風文 Views946
    Read More
  17. 지슬

    Date2020.04.29 By風文 Views1359
    Read More
  18. 벌금 50위안

    Date2020.04.28 By風文 Views1392
    Read More
  19. 간판 문맹

    Date2014.12.30 By風文 Views24341
    Read More
  20. 레스쿨제라블, 나발질

    Date2014.12.29 By風文 Views24129
    Read More
  21. 휘거

    Date2014.12.05 By風文 Views24883
    Read More
  22. CCTV

    Date2013.05.13 By윤안젤로 Views27987
    Read More
  23. 새 학기 단상

    Date2013.04.19 By윤안젤로 Views25872
    Read More
  24. 나, 본인, 저

    Date2013.04.03 By윤안젤로 Views24173
    Read More
  25.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Date2013.03.28 By윤안젤로 Views1974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