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14 17:33

무제한 발언권

조회 수 5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제한 발언권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무한정 할 수 있는 기회는 여간해서는 쉽게 얻을 수 없다. 아무리 너그럽게 상담이나 면담을 해준다고 해도 일정한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복을 비는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결혼식 주례사가 30분 이상 계속된다면 그저 지겨운 잔소리처럼 느끼지 않겠는가.

의회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약점도 퍽 많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은 다양한 의견 차이를 최소화시키면서, 느리지만, 가장 공통성이 강한 의견으로 수렴되어 나가는 과정에 있다. 또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다수결 방식으로는 최선의 결정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소수파라 해서 항상 무의미한 의견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볼 때 다수파의 오만과 오판에서 비롯한 잘못된 결정은 얼마나 많았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무제한 발언권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수파의 입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무제한 발언권을 소수파가 한다면 눈물겨운 하소연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수파가 한다면 무도한 행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제도는 분명히 효율성에는 문제가 있으나 다수파의 횡포나 오류를 미리 방지하고 소수파의 역할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노래방에서 한 사람이 마이크를 독점하면 그만큼 재미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차대한 정책을 짜증을 자제하면서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은 매우 값진 제도적 산물이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많은 보도 매체들이 마치 운동 시합 중계하듯 누구는 몇 시간, 또 누구는 몇 시간 하면서 마치 발언 시간 경쟁이 붙은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진정 필요한 것은 도대체 무슨 문제가 논쟁의 핵심인지를 객관적으로 보도해주면서, 무제한 발언 과정에서 나타난 민심과 여론의 향배를 정치적 합의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4971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6359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754 

    언어와 인권

  5.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1007 

    세로드립

  6.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812 

    ‘선진화’의 길

  7.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848 

    언어의 혁신

  8.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746 

    재판받는 한글

  9.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533 

    말의 권모술수

  10.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672 

    고령화와 언어

  11.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596 

    어버이들

  12.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553 

    상투적인 반성

  13.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559 

    정치인들의 말

  14.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520 

    공공 재산, 전화

  15.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755 

    편견의 어휘

  16.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862 

    비판과 막말

  17.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566 

    군인의 말투

  18.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545 

    무제한 발언권

  19.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649 

    언어적 주도력

  20.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569 

    악담의 악순환

  21.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567 

    법률과 애국

  22.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650 

    '미망인'이란 말

  23.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577 

    또 다른 공용어

  24.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672 

    편한 마음으로

  25. No Image 06Sep
    by 風文
    2021/09/06 by 風文
    Views 794 

    치욕의 언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