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1.03 00:27

금과 줄

조회 수 5767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금과 줄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국어 시험에 “다음 밑금 그은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 하는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60년대를 지나면서 ‘밑금’은 시나브로 ‘밑줄’로 바뀌어 요즘은 모조리 ‘밑줄’뿐이다. “다음 밑줄 친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 이렇게 되었다. 우리말을 가르치는 국어 교육이 잘못 쓰는 말을 바로잡기는커녕 앞장서 틀린 말을 퍼뜨린 것이다.

종이나 마당 같이 반반한 바닥에 긋는 것은 ‘금’이다. ‘긋다’와 ‘금’, ‘그리다’와 ‘그림’과 ‘글’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줄’은 시험지 같은 종이에 칠 수가 없다. 빨랫줄이든 전깃줄이든 연줄이든 ‘줄’은 공중에 치는 것이고, 반반한 바닥에는 떨어뜨려 놓을 수밖에 없다. 다만, 바닥에 죽 늘어서 있는 것도 ‘줄’이다. 그러나 이런 ‘줄’은 치지 않고 짓는다. 군인은 줄을 ‘지어’ 걸어가고, 글월은 줄을 ‘지어’ 써내려 간다.

‘줄’은 생김과 쓰임에 따라 여러 가지다.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도록 굵게 드린 ‘바’는 흔히 ‘밧줄’이라고 겹쳐 쓰지만, 씨름꾼이 샅에 매는 ‘샅바’는 그냥 ‘바’다. 실이나 삼이나 종이로 가늘게 꼬는 ‘노’도 ‘노끈’이라고 겹쳐 말하고 조심스러운 물건을 묶는 데 쓴다. ‘올’도 ‘줄’이기는 하나 너무 가늘어서 ‘줄’을 만드는 감에나 쓰인다. 물건을 매거나 묶거나 꿰는 데 두루 쓰이는 ‘끈’이 있고, 평평하게 너비가 있어서 허리띠, 머리띠, 애기 업는 띠로 쓰이는 ‘띠’도 있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549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99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7175
48 운율 바람의종 2007.11.09 8066
47 싸우다와 다투다 바람의종 2007.11.09 6790
46 과대포장 바람의종 2007.11.08 6774
45 터키말과 튀르크어파 바람의종 2007.11.08 6412
44 줄여 쓰는 말 바람의종 2007.11.07 10766
43 복수 표준어 바람의종 2007.11.07 7074
42 는개와 느리 바람의종 2007.11.07 10411
41 책보따리·책보퉁이 바람의종 2007.11.06 8422
40 칼미크말 바람의종 2007.11.06 7292
39 낚시질 바람의종 2007.11.05 7064
38 지역 언어 바람의종 2007.11.05 6837
37 ‘뛰다’와 ‘달리다’ 바람의종 2007.11.05 5512
36 야단벼락/혼벼락 바람의종 2007.11.04 8146
35 언어 보존 바람의종 2007.11.04 7031
34 여성상과 새말 바람의종 2007.11.04 8856
» 금과 줄 바람의종 2007.11.03 5767
32 쉽게 찾기 바람의종 2007.11.03 6362
31 미혼남·미혼녀 바람의종 2007.11.02 9761
30 만주말 바람의종 2007.11.02 6940
29 댓글 바람의종 2007.11.01 5395
28 소설속 고장말 바람의종 2007.11.01 9215
27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바람의종 2007.10.31 798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