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8.14 14:52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조회 수 11735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상대에게 또는 대중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흔히 “저는 홍길동이라고 합니다”라고 한다. 이런 자기 소개말은 다른 표현이 없을 정도로 굳어져 있다. “저는 홍길동입니다”라는 말은 내가 누구라고 드러내는 말로는 쓰이지만, 소개말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 조선에서 간도를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중앙 일간지가 연재한 이문열의 소설 <불멸> 중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여기서도 “~(이)라고 합니다”라는 자기 소개말이 쓰이고 있다.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를 뜯어보자. ‘저는’은 주어, ‘합니다’는 동사다. 주어가 무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어가 생략된 것으로 보고 ‘저는’을 목적어로 보면 “사람들이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라고 되어 일단 모양은 갖추어진다. 보조사 ‘는’은 목적어의 자리에 쓰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목적어를 ‘저를’이 아닌 ‘저는’으로 할 수 있을까? 주어가 생략된 경우에는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자신을 소개할 때 “사람들이 저를 안중근이라고 합니다” 하는 것이 가당할까?

그렇다고 너나없이 다 쓰는 이 말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건 매우 폭력적이다. 그렇다면 이 말의 통사구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라고 하다”를 ‘자기나 남을 소개할 때 쓰는 관용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는 홍길동입니다” 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026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702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775
3388 홍일점 바람의종 2007.10.05 10485
»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바람의종 2010.08.14 11735
3386 홀아비바람꽃 바람의종 2008.05.25 8179
3385 홀씨 바람의종 2010.03.09 15004
3384 홀몸 바람의종 2007.04.27 9228
3383 혼저 옵소예 file 바람의종 2009.11.09 10131
3382 혼신을 쏟다 바람의종 2009.03.16 7518
3381 혼성어 風文 2022.05.18 684
3380 혼동, 혼돈 바람의종 2010.05.05 12892
3379 혹성, 행성, 위성 바람의종 2010.07.21 11025
3378 호함지다 바람의종 2012.09.19 8397
3377 호프 바람의종 2011.11.21 13007
3376 호태왕비 바람의종 2008.02.17 8635
3375 호칭과 예절 바람의종 2009.03.03 8596
3374 호치키스 바람의종 2010.03.06 9915
3373 호우, 집중호우 / 큰비, 장대비 바람의종 2009.07.29 8183
3372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627
3371 호스테스 바람의종 2008.02.20 11252
3370 호송 / 후송 바람의종 2010.03.06 13446
3369 호분차 온나! file 바람의종 2010.03.26 12365
3368 호박고지 바람의종 2008.01.05 8759
3367 호르몬 바람의종 2009.09.27 73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