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2 12:20

한터와 자갈치

조회 수 8810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터와 자갈치

‘한터’는 서울 대치동의 다른 이름이다. ‘한’은 ‘큰’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며, ‘터’는 ‘치’(峙)의 옛음인 ‘티’가 변화한 말이다. ‘티’가 구개음화해서 ‘치’로 바뀌지 않고 ‘터’로 변한 것은 장소를 나타내는 다른 말인 ‘터’가 있기 때문이다. ‘장터’, ‘새터’와 같이 특정한 장소를 이를 때 ‘터’가 쓰이는 경우는 매우 많다. ‘티’, 곧 ‘치’는 고개를 일컫거나 산이 우뚝 솟은 모습을 일컬을 때 쓰인다. ‘한티’가 ‘대치’로 맞옮겨진 것은 의미상으로도 매우 자연스럽다. 또한 ‘한터’도 어휘 관계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터’가 ‘치’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자갈치 시장은 ‘자갈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갈치’는 등가싯과의 생선 이름이지만 자갈치가 많이 잡혀 붙은 이름인지는 알 수 없다. 자갈치 시장은 1946년에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지역은 자갈투성이 땅이었기 때문에 ‘자갈터’라는 말이 붙었다고 한다. ‘자갈터’가 ‘자갈치’로 바뀐 셈이다. 간혹은 몽골어에서 자갈치가 ‘어부’를 뜻하는 말이므로, 자갈치 시장도 몽골어에서 온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자갈치 시장이 생겨난 시점을 고려한다면, 자갈치는 ‘자갈터’에서 유래한 말로, 점차 어류인 자갈치를 연상하게 했다고 봐야겠다. 오늘날 자갈치 시장에서 자갈을 구경하기는 어렵다. 현대식 건물 뒤에 시장 아지매들의 삶과 판잣집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갈터’ 흔적도 사라졌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133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811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2860
3300 할망구 바람의종 2007.04.24 10909
3299 할말과 못할말 바람의종 2008.01.05 7179
3298 할려고? 하려고? 바람의종 2010.07.25 14173
3297 할 일 없이 / 하릴없이 바람의종 2010.08.03 12677
3296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849
3295 할 게, 할게 바람의종 2009.08.03 9520
3294 한풀 꺾이다 바람의종 2008.02.01 15769
3293 한통속 바람의종 2007.04.23 6158
3292 한테·더러 바람의종 2009.05.02 8697
» 한터와 자갈치 바람의종 2008.03.12 8810
3290 한창과 한참 바람의종 2010.03.10 11368
3289 한참동안 바람의종 2007.04.23 8796
3288 한참, 한창 바람의종 2008.10.29 7758
3287 한잔, 한 잔 바람의종 2009.07.22 9041
3286 한자의 두음, 활음조 바람의종 2010.04.26 12047
3285 한자성어(1) 바람의종 2008.06.19 7391
3284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865
3283 한약 한 제 바람의종 2007.09.19 10745
3282 한식 요리 띄어쓰기 바람의종 2010.08.19 13861
3281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464
3280 한성 바람의종 2007.09.18 10869
3279 한번과 한 번 1 바람의종 2010.08.14 152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