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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절망합니까 - 정문술
 


     훼방만 말아 달라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부쩍 '벤처육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환경에서는 저 투자, 고급인력 중의 벤처기업이 경제활성화의 한 방 편이 될 수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요즘은 정부에서도 벤처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각종 벤처자원책들이 하루가 다르게 공표 되고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우리나라는 벤처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천국이다. 물론 뼈 있는 소리다. 개발되는 정책의 개수만큼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주지 않고 발표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지원책 아닌 지원책이 참 많다. 그래서 특히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은 대개 정부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IBRD 차관 7,000억 원으로 1998년 안에 3,000개의 벤처기업을 만들겠다고 한다. 벤처의 메카라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도 벤처 성공률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자금을 배당할 때 담당관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수해대사의 숫자'란다. 시장검증도 되지 않은 아이디어성 창업을 중심으로 무조건 숫자만 늘린다고 실업자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을 텐데, 참 안타까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내에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수는 대략 2,000여 개가 된다. 이중에서 '기업'이라는 이름이나마 제대로 붙일 수 있는 것은 채 수백 개도 안 된다. 이런 상태에서 자본금 2~3억 규모의 벤처기업들을 또다시 줄줄이 양산한다는 생각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잘못하다간 실업자 문제의 해결은커녕 고학력 실업자만 더 늘어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씨뿌리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씨뿌리는 것보다 키우고 보살피는 일이 더욱 중요함은 누구나 안다. 씨부리는 것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들을 보살피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먼저 필요하다. 기술 중심적인 벤처기업은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먼저 필요하다. 기술 중심적인 벤처기업은 그 속성상 끊임없이 파생산업을 양산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벤처들이 힘있게 자라나면 그 안에서 또 다른 벤처의 맹아들이 자라난다. 올망졸망한 벤처기업들을 도장 찍듯 무더기로 양산하기보다는 벤처기업 자체가 새로운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벤처육성책이다.

  벤처기업의 행정적 정의는 매출액 대비 연구비 규모가 몇 퍼센트니 어쩌니 매우 복잡하다. 다만 내가 아는 벤처기업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위험하기 때문에 공격적이고 과감해질 필요가 생기는 것이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후방지원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정책들은 오히려 벤처기업들로 하여금 모험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들기 일쑤다. '바라지도 않으니 훼방만 놓지 AF아 달라'는 볼멘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1만여 개가 넘는 각종 저질 규제는 여전히 그대로인 채로 거창한 벤처육성책만 한 달에도 두세 건씩 터져 나오는 판이니 기업 하는 사람 입장으로선 사실 부아가 날 수밖에 없다. 얼마 되지도 않는 정부 지원금 한번 얻어 쓰려면 관청에서 요구하는 온갖 종류의 서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도 엄청난 일이니, 그런 쓸데없는 일에 투여될 인원이 도무지 없어야 제대로된 벤처기업이 아닌가.

  이런 역설이 비일비재하다. 어렵사리 지원금을 따내었다고 생각해보자. 기업은 일선 대출기관을 상대하느라 다시 한 번 생몸살이다. 벤처기업은 뭐니뭐니해도 기동성과 돌파력이 핵심이다. 묵직한 담보물을 마련해놓았을 정도라면 이미 그 기업은 경직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사업확장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돈이 그렇게 정체하는 기업 역시 진정한 벤처기업은 아니다. 확실한 담보를 찾을 바에야 '벤처기업 지원자금'이란 이름은 영 어울리지 않는다.

 답답한 것은 정책만이 아니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대략 60여 개가 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벤처캐피탈이란 유망한 기업에 투자해서 그 성패에 따른 결과를 기업고 함께 나누는 '돈장사'다. 기대이익이 높은 만큼 그 기대손실도 크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벤처캐피탈은 기술전문성이나 경영지도력이 부족하다. 그러니 스스로의 안목을 믿지 못하게 되고, 결구 모처럼 조성된 자금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영화산업쪽에 손을 대는 것은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요식업까지 손을 대면서도 기술 집약적인 벤처기업에게만 유독 까다롭게 구는 것은 아무래도 불만이다. 대출심사만 1년씩 끄는 동안 기업은 끌어올 수 있는 돈은 모두 끌어 쓰게 되고, 정작 어렵사리 대출이 결정되더라도 그 돈은 그 동안의 빚을 갚느라고 대부분은 사라지게 된다.  그마저도 한꺼번에 주는 것이 아니다. 대개는 온갖 이유와 구실을 붙여 조금씩 조금씩 흘려주게 마련이다. 기업은 졸지에 젖 보채는 응석꾸러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많은 기업들은 융자나 지원금이 보일 때마다 필요가 없어도 받아둔다. 만성적인 위기의식이 불필요한 부채를 양산하고 있다. 실로 악순환이라 할 만하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저 위험, 저소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정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영악하게 주식 투자나 하면서 모기업의 현금창고 노릇을 하는 '벤처캐피탈'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한 벤처기업이 악천후 속에도 작동하는 군작전용 노트북을 개발하기로 했다. 어느 창업투자금융사에서는 개발계획을 듣자마자 매우 반가워했다. 개발에만 성공하면 이후 자금지원은 염려 말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래서 그 기업사람들은 노트북 개발에 모든 것을 걸었다. 개발자금이 떨어지면 직원들 사재까지 털어가며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시제품을 들고 창투사를 찾아가 보니 태도가 달라졌다. IMF가 시작되면서 지금껏 투자는 단 한 건도 안했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암담한 이야기다. 나는 창업 초기부터 사채를 자주 썼다. 정부지원자금이나 창투사들의 융자금, 심지어는 은행대출마저도 나의 성미에는 잘 맞지 않는다. 그 복잡함이나 까다로움, 그리고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소위 '꺾기'와 '커미션'들까지 감안하다 보면 사채쪽이 훨씬 간편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그렇다는 얘기다.

  벤처육성은 풍토개선이 첫째다. 총체적인 벤처창업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 노력들이 있으니 성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기업하는 사람들도 스스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나치게 외부 의존적이고 허약하다. 기술만으로 정면승부 해보려는 배짱이 없다. 그저 규제를 풀어 달라, 자금을 풀어 달라, 떼쓰고 푸념하는 것에 중독 되어 있다. 환경이 열악하면 스스로라도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 덕으로 기업을 해보려는 태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벤처육성책이란 올망졸망한 벤처기업들을 도장 찍듯 무더기로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 자체가 새로운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뭐니뭐니해도 기동성과 돌파력이 핵심이다. 만성적인 위기의식이 불필요한 부채를 양산하고 있다. 실로 악순환이라 할 만이다. 나는 창업 초기부터 사채를 자주 썼다. 정부지원자금이나 창투사들의 융자금, 심지어는 은행대출마저도 나의 성미에는 잘 맞지 않는다. 환경이 열악하면 스스로라도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 덕으로 기업을 해보려는 태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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